증평성당, 26일 메리놀의원 시약소 부활 개소식
1956년부터 1990년까지 30여 년간 의료 활동
6·25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60여년 전 충북 소도시 증평군(당시 괴산군) 증평읍에 개원했던 ‘메리놀의원’이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24일 천주교 청주교구 증평성당 평협회에 따르면 26일 메리놀의원 시약소 부활 기념 개소식을 한다.
메리놀의원은 메리놀외방전교회 한국지부장 이태준 신부가 메리놀수녀회에 의료 선교를 요청해 1956년 9월 개원했다. 수녀의사 1명, 간호사 수녀 2명이 장날인 12월1일 진료를 시작했다.
1957년 2월에는 내과, 산부인과, 소아과로 외래진료를 했다.
손수레를 타고 오는 사람, 길바닥에 누운 사람, 뱀에 물려 독이 퍼진 사람, 악성 피부병에 시달린 사람이 몰렸다.
증평은 물론 괴산, 진천, 음성, 주덕, 미원, 오송, 오창, 부강, 청주, 신탄진 등에서 환자가 찾아왔다. 뱀독 치료로 유명해 심지어 제주도 등 전국에서 왔다.
지난해 12월14일 증평기록관이 특별기획전으로 마련한 '증평, 기록의 정원' 개막식에 참석한 요안나(92·진 맬로니·한국명 문애현) 수녀가 개원 당시 온 세 명의 수녀 가운데 한 명이다.
메리놀의원에서 3년간 근무한 요안나 수녀는 당시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영양 부족으로 빈혈, 결핵, 소화 불량, 뇌막염, 장티푸스, 피부병 등을 앓는 여러 환자가 있었다. 가난했던 시절이라 소화제도 없었다"고 의료 여건이 열악했던 당시를 회고했다. <뉴시스 2021년 12월14일 보도>
메리놀의원은 1976년 증평수녀의원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국민건강 책임이 정부의 권한으로 옮겨가면서 1987년 폐업이 결정된 뒤에도 3년간 더 운영되다 1990년 8월31일 문을 닫았다.
메리놀의원 건물은 2015년 성당을 새로 지을 때 철거해 그 자리는 현재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메리놀의원 건물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길 건너편에는 부속건물이었던 시약소가 남아 있다.
이곳에서는 진료와 치료, 시약(약을 나눠 줌)을 했다.
증평성당은 근대 문화유산으로서 이 메리놀의원 시약소 건물의 역사적 가치를 부여하기로 했다.
이번 부활 개소식은 시약소 건물을 지역민에게 제공하고 시민단체나 공공기관의 공적·사적 모임 장소로 활용하는 데 의미를 뒀다.
성당에서는 한 신자가 소중히 간직했던 석재 현판을 최근 식약소 입구 외벽에 부착했다.
이 석재 현판은 '메리' 앞 두 글자가 파손되고 '늘의원'이란 뒷 세 글자만 남았다. 성당은 철재 현판을 새로 제작하면서 '메리' 글자를 붙여 부착했다.
건물 입구 옆에는 메리놀의원 안내판도 세워졌다.
이문재 증평성당 평협회 부회장은 "이번 행사는 종교가 사회, 지역민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함께해야 하고 동반자가 돼야 하는지 선구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식약소 부활 개소식에 앞서 성당에서는 1997년 6월30일 사제 서품을 받은 증평성당 이길두 요셉 주임신부의 은경축(사제서품 25주년) 감사미사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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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본부장 / 유상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