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8명에 44억 뜯어낸 보이스피싱 3개조직 129명 적발·35명 구속

인터폴에 중국 총책 적색수배 등 국제공조 수사 요청

 몸캠피싱과 메신저피싱 수법 등으로 피해자 538명에게 44억5000만원을 뜯어낸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이 대거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사기 등 혐의로 보이스피싱 범죄 3개 조직 129명을 검거하고 이 중 1개 조직에 속한 한국 총책 A씨 등 35명을 구속하고 중국 총책 B씨를 인터폴에 적색수배 하는 등 국제공조 수사를 요청했다고 2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몸캠피싱과 메신저피싱 수법 등으로 피해자 538명에게 44억5000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몸캠피싱은 음란 영상통화를 유도해 이를 녹화하고 악성프로그램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빼낸 뒤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갈취하는 수법이다. 메신저피싱은 지인을 사칭해 문자를 보낸 후 원격제어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정보를 빼내 금품을 뜯어내는 유형이다.

이들은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해외 SNS 등을 통해 범행을 모의·지시하고, 총책·관리책·수거책·인출책 등 역할을 분담해 점조직 형태로 범행을 저질러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정상 영업하고 있는 금은방을 찾아 금은방 계좌로 피해금을 바로 이체해 금으로 바꾸는 자금세탁 행위도 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해외 국적을 지닌 국내 관리책 C씨는 지난해 2월 외국으로 출국했다가 다시 범행하기 위해 올해 6월 한국으로 입국하던 중 수사팀에 의해 검거됐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압수한 자료 등을 분석해 아직 검거되지 않은 공범들을 계속 추적에 나설 방침이다.

경찰이 이번 수사를 통해 밝혀낸 이들의 사기수법을 보면 전형적으로 피해자 심리를 이용해 돈을 뜯는 방식을 썼다.


메신저 피싱의 경우 “엄마 나 폰 깨져서 컴퓨터로 보내는 거야. 급하게 문화상품권을 사야 하는데 엄마 폰을 사용할 수 있게 보내주는 링크 깔고 신분증 사진 보내줘”, “엄마 핸드폰 액정이 깨져서 수리 맡겼어! 수리비 청구할 수 있게 보내준 링크 설치해줘” 등 자녀를 사칭한 문자메시지로 접근해 피해자 휴대전화에 원격제어 프로그램(팀뷰어) 설치를 유도한 뒤 피해자 명의로 대출을 실행, 대출금·예금 잔액 등을 대포계좌로 이체해 피해금을 챙기는 수법을 썼다.

또 SNS 등으로 친분 관계를 형성해 피해자와 음란한 영상채팅을 나누면서 “지금 소리가 잘 안 들린다. 소리가 들릴 수 있게 보내주는 파일을 핸드폰에 설치해달라”고 속여 피해자 휴대전화에 악성프로그램을 설치토록 유도한 뒤 저장된 연락처를 몰래 빼내 녹화한 피해자 영상을 지인들에게 유포하겠다며 협박해 금전을 빼앗는 몸캠피싱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러한 메신저 피싱을 예방하려면 가족·지인을 사칭해 핸드폰 고장이나 분실 등의 이유로 전화 통화가 어렵다고 이유를 대면서 신분증을 촬영해달라고 요구하거나 금융정보를 알려달라고 말하면서 메신저로 보내주는 파일을 설치하도록 유도한다면 메신저 피싱 범행이 의심되는 만큼 대화를 중단하고 실제로 상대방이 맞는지 전화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상대방이 아무리 긴급하다고 하더라도 신분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신분증 및 금융정보제공, 알 수 없는 파일 설치 등을 요구사항에 응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070’으로 시작되는 인터넷 전화번호 역시 대부분 해외 발신 전화번호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 ‘010’으로 번호를 변작해 문자메시지를 전송하기 때문에 ‘010’으로 시작되는 번호도 안심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금은방 업주에게도 주의를 전했다. 이러한 피싱범죄 조직은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금은방에 금매수를 가장해 피해자 계좌에서 피해금을 금은방 업주 계좌로 직접 이체한 후 금을 받아가는 일명 '삼자사기' 수법을 쓰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향후 피해자 간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금은방 업주들이 전화 주문·계좌 입금으로 금거래 시 반드시 매입자 신분증을 토대로 실명 확인을 진행해야 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김성택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메신저피싱, 몸캠피싱 등 사이버금융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올해 3월 1일부터 실시 중인 사이버금융범죄 특별단속을 10월 31일까지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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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본부장 / 이병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