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회 광산구청장배 외국인노동자 축구 대회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전공원. 빗속에서도 형형색색 축구 유니폼을 갖춰 입은 외국인 노동자들은 치열한 각축전을 벌였다.
베트남 국적 노동자들이 꾸린 광주 하남FC 측 선수 키엔의 슈팅이 경기 종료 10여 분을 앞두고 광주 타일랜드 FC의 골망을 갈랐다. 잔디구장과 관중석 곳곳에서는 큰 함성이 터져나왔다.
골을 넣은 키엔이 베트남 국기를 흔드는 관중석으로 달려가며 포효했다. 관객들도 그를 얼싸안고 값진 1점을 축하했다.
하남FC의 4강 진출이 확정되자 다시 한번 격한 환호가 이어졌다. 앞서 4강 진출에 좌절했던 광주 평동FC 선수들도 베트남 국기를 함께 흔들며 하남FC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했다.
이날 치러진 추석맞이 광산구청장배 전국 외국인 노동자 축구대회 4강전에는 광주 하남FC(베트남), 타이거 11FC(태국), 서울 레전드클럽(우즈베키스탄), 충북 마오타랄FC(우즈베키스탄) 등 4개 팀이 자웅을 겨뤘다.
이들은 비가 내리는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투지를 불살랐다. 이따금 격한 몸싸움 끝에 쓰러지는 선수라도 생기면 너나할 것 없이 달려가 일으키고 등을 토닥였다.
전·후반전 종료와 함께 악수와 미소도 잊지 않았다.
대회에 참가한 부이띠엔땃(22·광주 하남 FC·베트남) 선수는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좋아해 자연스럽게 경기에 참가하게 됐다"며 "전국의 다양한 (외국인)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내년에도 경기를 뛰고싶다"고 밝혔다.
도니(27·서울 레전드·우즈베키스탄) 선수도 "올해로 3번째 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광주에 올 때마다 다른 국적 선수들을 많이 사귀어 간다"며 "우즈베키스탄에도 한국의 추석과 비슷한 명절이 있다.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있어 약간 슬프지만 축구 경기를 함께 뛰며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대회를 기획한 김복주 아시아FC 감독은 "그간 대회가 외국인 노동자들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해왔다. 더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축구를 통해 하나 될 수 있는 대회로 자리매김할 수 있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예선전을 비롯해 올해 대회에는 전국 24개 외국인 노동자 축구 동호회 소속 선수 500여 명이 참가했다. 태국·중국·우즈베키스탄·베트남·필리핀 등 10개국 국적에 이른다.
한편 추석맞이 광산구청장배 전국 외국인 노동자 축구대회는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됐다. 코로나19 위기가 심각했던 2020년과 지난해만 빼고 해마다 열리며 올해로 12회째를 맞았다. 누적 참여 외국인 노동자는 8000여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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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나주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