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美 제시 가능 대화 조건, 모두 가역적"…'주한미군 철수'도 평가절하

"비핵화, 고어사전에서나 찾아보아야 할 소리"
"미 확장억제 강화할수록 회담에서 멀어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7일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를 제안해도 대화를 시작할 조건으론 부족하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이처럼 말했다.



김 부부장은 "가상적으로 조미(북미)대화가 열린다고 해도 현 미행정부가 협상탁우에 올려놓을 보따리 라는 것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비가역적인 비핵화) 따위에 불과할 것은 뻔한 일"이라며 "지금에 와서 비핵화라는 말은 실로 고어사전에서나 찾아보아야 하는 현실에서 통하지 않을 소리"라고 일축했다.

이어 미국이 한미 연합훈련 잠정 중단 같은 "낡은 수"를 꺼내들거나 연합훈련 축소, 전략자산 전개 중단 같은 "가역적인 것"을 제안해도 "그런 얄팍한 술책에 넘어갈 우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설사 미국이 남조선주둔 미군철수와 같은 전략적인 속임수를 꺼내들고 남조선으로부터 군대와 장비를 말짱 들어내간다고 해도 우리는 해외주둔 미군무력이 다시 들어와 《대한민국》을 군사요충지로 만드는 데는 보름정도밖에 걸리지 않을것이라는 점을 모르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결국 미국이 대화마당에서 우리에게 선사할수 있는것들이란 모두 가변적이고 가역적인 것뿐이라는 점을 우리는 너무도 명백히 알고있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미국이 북한에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바라는 반면 북한에 제시하는 건 "가역적인 성격을 띠는 공약"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김 부부장은 "우리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싸일발사와 관련한 이번 유엔 안전보장리사회회의를 통해서도 우리는 문재인으로부터 윤석열에로, 트럼프로부터 바이든에로의 정권변화와 더불어 우리의 적수들이 어떻게 대조선정책을 연장하고 어떤 단꿈을 꾸고 있는가를 다시한번 명백히 확인할수 있었다"며 "아무리 전 대통령이 서명하고 공약한것이라고 해도 새로운 정부가 들어앉으면 그것을 제 손바닥처럼 뒤집는것이 바로 미합중국과 《대한민국》이다"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특히 미국 정찰기 활동,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 미국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반도 전개 예고 등이 "오늘 우리 앞의 현실"이라고 밝혔다. 한반도 정세 불안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면서 도발 명분을 쌓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부부장은 "미국은 확장억제체제를 더욱 강화할수록,위협적인 실체인 군사동맹체제를 과도하게 확장할수록 우리를 저들이 바라는 회담탁으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만들뿐이라는것을 알아야 한다"며 "현재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할수 있는 가장 적실한 방도는 강도적인 미국 사람들과 마주앉아 오손도손 문제를 푸는것이 아니라 힘의 지위에서, 충분한 실력행사로 그들의 강권과 전횡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12일 시험 발사한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도 언급됐다. 화성-18형은 북한이 시험 발사 때처럼 고각 발사하지 않고 정상 각도로 쏘면 사거리가 1만 5천km에 달해,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권에 둘 수 있다고 평가된다.

김 부부장은 "며칠 전 미국이 우려스럽게 목격한 것은 이미 개시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군사적 공세의 시작일 따름"이라며 추가 도발을 위협했다.

김 부부장은 이번 담화에서 '남조선'과 '대한민국'을 함께 사용했다. '대한민국'을 쓸 땐 겹화살괄호(《》)를 썼다.

김 부부장은 지난 10·11일 담화에서 '대한민국' 표현을 사용해 남측을 한민족이 아니라 별개 국가 중 하나로 대하겠다는 인식을 드러냈단 해석이 제기됐다. 이번 담화에서 "미국의 특등 앞잡이인 《대한민국》"이라고 밝히는 등 '대한민국'이 사용된 맥락으로 볼 때 비하 의미를 강조하려는 의도도 있단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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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