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연필 없는 거지야"
정서적 학대 등 혐의
1심 선고유예 파기
학생에게 막말하고 목을 조르는 등 학대한 혐의를 받는 초등학교 교사가 항소심에서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1부(부장판사 성금석)는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가중처벌)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1심이 선고한 선고유예를 뒤집고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A씨에게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1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에 따르면 초등학교 교사인 A씨는 2022년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는 2학년 학생 2명에게 수차례에 걸쳐 막말과 학대를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수학 수업 도중 문제를 잘 풀지 못한다는 이유로 손으로 B(당시 7세)양의 목을 잡아 흔들었다. 또 B양이 사물함의 책을 정리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책 여러 권을 바닥에 집어 던지고 다른 아동이 배식받는 동안 교실 내에서 혼자 정리하도록 둔 혐의로 기소됐다.
아울러 A씨는 B양이 서랍에 넣어둔 색연필이 없어져 같이 찾던 중 B양에게 "이 색연필이 없는 거지야"라고 말하거나, 꽃병 만들기 수업 중 B양이 낙엽을 잘못 붙였다는 이유로 "아유 뱅뱅?(Are you bang bang?)"이라고 말하는 등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A씨의 괴롭힘은 같은 반 남학생인 C(당시 7세)군에게도 이어졌다.
A씨는 수학 수업 도중 문제를 풀 때 자를 이용하면 안 되지만 C군이 자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자를 집어 던지고 주먹으로 겨드랑이 부위를 때리는 등 신체적 학대를 하고, 이를 C군이 부모에게 말했다는 이유로 C군의 머리를 쥐고 흔들면서 "또 엄마한테 일러라. 고자질쟁이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의 죄질과 범정이 나쁘고, 피해 아동들의 부모가 A씨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 불리한 정상이 있다"면서도 "A씨는 초범이고 이 사건 범행들을 인정하며 모두 반성하고 있는 점, A씨가 피해 아동들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범행들을 저지르게 됐으므로 일부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등 여러 양형조건을 종합해 A씨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검찰 측은 A씨의 1심 형이 너무 적어서 부당하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아동을 보호하고 아동학대 범죄를 신고할 의무가 있는 A씨가 피해 아동들에게 신체적, 정서적 학대를 한 것으로 비난 가능성이 높다"면서 "A씨는 모든 범행을 인정한다고 하지만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등에 비춰 보면 진심으로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면서 반성하는지도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A씨는 또 피해 아동들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고, 피해 아동과 다른 학부모들이 여전히 A씨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그 밖에 이 사건 변론 과정에 나타난 양형 요소를 종합하면 A씨에 대한 원심의 양형은 가벼워서 부당하다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가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A씨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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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