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수 복지 차관,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 토론
증원 필요성, 협의 과정 등 상호 입장차만 재확인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 대란 국면에서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격'을 높여 다시 자리했지만 여전히 서로의 입장만 재확인한 채 평행선만 달리다가 소득 없이 헤어졌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과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은 23일 오후 KBS1 '사사건건'에 출연해 의대 증원을 주제로 토론을 했다. 의대 증원 발표 이후 복지부와 의협이 공식석상에서 토론을 한 건 지난 20일 MBC '100분 토론' 이후 두 번째다. 지난 1차 TV토론에 과장급 담당자와 전문가가 참석해던 것과 달리 이날 토론에는 양 측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들이 등판했다.
이번 토론에서도 양 측은 접점을 좁히는 데 실패했다.
의사 증원 규모를 두고 박 차관은 "우리나라 최고의 연구자들이 연구한 여러 시나리오 중에서 의사 수가 더 많이 부족하다는 예측도 있었지만 정부는 보수적으로 봐서 1만 명이 부족하다고 봤고 현재 5000명이 부족해 1만5000명이 부족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이걸 다 증원으로 채우지 말고 1만 명은 증원을 하고 5000명은 기술 발전, 예방 강화, 국민 건강 증진, 의사 인력 재배치 등으로 흡수하자는 판단이었다"고 했다.
반면 김 비대위원장은 "2000명 증원은 너무 과하다. 정부는 2000명 증원도 부족하다고 해 접점을 찾아갈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간의 논의 과정에 대해 김 비대위원장은 "필수·지방의료 붕괴 문제에 대한 해결을 정부에 요청했는데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동떨어진 갑자기 2000명 증원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차관은 "답답하다"며 "정부가 (의협과) 28번 만나면서 여러 차례 논의를 했다.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해서 의견을 달라고 했다"고 반박했다.
향후 의사 수 논의 여부에 대해서도 박 차관은 "협상을 해서 양보하고 그럴 과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한 반면, 김 비대위원장은 "협상이란 건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는 카드를 던졌을 때 된다. 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가면 당연히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 측은 의약분업 과정에서 감축한 의대 정원 350명에 대해서도 부딪혔다.
김 비대위원장은 "내가 학교 다닐 때 만 해도 의대가 23개였는데 졸업을 할 때 40개가 됐다.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의미다. 그래서 당시 복지부도 350명 정원을 줄인 것"이라고 했다.
반면 박 차관은 "350명은 의약분업 과정에서 대규모 파업이 일어나면서 의협이 감원을 내걸었고 정부가 수용을 해서 줄어든 것"이라며 "그때 350명이 줄지 않았으면 지금 6600명의 의사가 더 배출됐을 것이고 그러면 지금 의사 부족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전공의 이탈과 관련해서는 박 차관은 "수년 간 의사 파업으로 인해 정부 정책이 뒤로 물러선 게 매번 있었다. 그런 게 학습됐다. 실력행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비대위원장은 "오랜시간 전공의들이 문제점을 얘기했다. 갑자기 나간 게 아니다"라며 "떼를 썼다, 본떼를 보여준다 생각하면 안 된다. 정부가 먼저 압박하고 조장을 한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의대 증원시 교육 질 저하, 인력 배분의 문제, 응급실 뺑뺑이 문제 해결 등에 대해 상반된 기존 입장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서 안선영 한국중증질환자연합회 이사는 전화 연결을 통해 "모두가 각각의 사명 의식을 갖고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의사만의 특권처럼 얘기하는 것에 환자들이 불편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건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의대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의대생은 학창시절부터 수년 간 의사라는 사명감을 갖고 들어왔고 성인이 되기도 전에 평생 직업으로 타인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하며 잠 못자고 배우며 학습한 지식을 환자에게 바칠 걸 어린 나이부터 결정한 것"이라고 말한 것에 반박한 것이다.
안 이사는 "의사만 꿈을 꾸면서 직업을 구하지 않는다. 의사만 밤을 세워 공부하고 도덕성을 담아 본인 직업을 선택하지 않는다. (국민) 모두가 다 그렇다. 우리나라 직업군이 다 그렇다"며 "(의사는) 자리는 지켜야 하지 않나. 정부도, 의협도 환자를 내팽개쳤다"고 일갈했다.
이에 대해 박 차관은 "송구하다. 정부가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했고, 김 비대위원장도 "정부 정책에 도저히 저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중증이나 응급질환자, 수술환자가 어려움을 겪지 않게 교수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부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