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공장소서 욱일기?…시의회 국힘, '사용 제한 폐지' 발의했다 철회

'日제국주의 상징물 사용제한' 폐지 조례 발의
"시민들 이미 반제국주의 의식 충분히 함양"
"공공사용 제한 조례로 규정하는 것은 과도"
"교육과 함양 통한 역사인식 개선이 바람직"
보도 후 논란 일자 "오해 소지 있다"며 철회

욱일기 등 일본 제국주의 상징물은 현행 서울시의회 조례상 공공장소에서 사용할 수 없다. 그런데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이 조례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가 논란이 일자 바로 철회했다.

4일 서울시의회 등에 따르면 김길영(국민의힘·강남6) 서울시의원은 지난 3일 '서울특별시 일본 제국주의 상징물의 사용 제한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 19명이 발의에 찬성했다. 김경훈(강서5), 김동욱(강남5), 김영철(강동5), 김재진(영등포1), 김춘곤(강서4), 김형재(강남2), 김혜영(광진4), 박상혁(서초1), 서상열(구로1), 송경택(비례), 신동원(노원1), 옥재은(중구2), 이민석(마포1), 이병윤(동대문1), 이봉준(동작1), 이상욱(비례), 이희원(동작4), 최민규(동작2), 최유희(용산2) 의원이 찬성했다.

김 의원은 제안 이유에서 "이미 시민들에게 반제국주의 의식이 충분히 함양돼 있고 제국주의 상징물의 사용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가지고 있으므로 일본 제국주의 상징물에 대한 공공 사용 제한을 조례로 규정하는 것은 과도하다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조례에 명시된 위원회가 운영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이를 뒷받침하는 방증이라 사료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교육과 홍보를 통한 시민들의 역사 인식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폐지하자고 제안한 이 조례를 보면 일본 제국주의 상징물이란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군사기와 조형물 또는 이를 연상시키려는 목적으로 사용된 그 밖의 상징물'로 욱일기 등을 가리킨다.

욱일기(旭日旗·Rising Sun Flag)는 일본이 태평양전쟁 기간에 사용한 군기이자 일본의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전범기(戰犯旗)다. 전범기는 일본과 독일 등 태평양전쟁 전범 국가들이 쓴 깃발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군대가 사용한 군기인 욱일기와 독일 나치당 당기였던 하켄크로이츠(Hakenkreuz) 등이 전범기다.

독일의 경우에는 나치 문양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자위대 혹은 극우파 등이 욱일기를 여전히 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서울시의회 다수당이었던 2021년 1월7일 공포된 이 조례에 따라 서울시 본청과 직속기관, 사업소를 비롯해 시의회 사무처, 시 산하 투자기관·출연기관·출자기관 등에는 욱일기가 걸리지 않는다. 욱일기를 판매하거나 전시하는 것도 금지된다. 서울시는 욱일기를 공공장소에서 전시하는 행위자를 퇴장시키고 직접 철거도 할 수 있다.

당시 홍성룡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13명은 이 조례를 공동 발의하면서 "일본이 일제 강점기에 행한 강제 징용, 위안부 등 반인륜적 범죄행위에 대한 사과와 배상은커녕 역사를 왜곡하는 등 침탈 행위를 계속하고 있는 것에 대해 서울특별시 차원에서 일본 제국주의 상징물의 공공 사용 제한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우리 민족 정기를 바로 세우고 올바른 역사 인식 확립에 이바지하고자 한다"고 발의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이번에 이 조례가 폐지되면 욱일기가 서울시내 공공장소에서 전시되더라도 서울시 차원에서 이를 제지할 방법이 없어지는 상황이었다.

민선 8기 서울시의회 정원 110명 중 국민의힘이 75명으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35명)을 압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9일부터 열릴 제323회 임시회에서 이 조례가 폐지될 가능성이 컸다.

뉴시스 보도 이후 조례안을 놓고 논란이 커지자 김 의원은 이날 오후 해당 조례안을 철회했다. 사유에 대해서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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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취재본부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