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 사상 후 67시간 도피' 마세라티 뺑소니범, 징역 10년

대포폰 건넨 도피 조력자는 징역 8개월·집유 2년
측정 못한 음주운전도 인정, 검찰 구형대로 선고
피해자 "더 엄한 처벌 내려야…검찰 항소해달라"

새벽 광주 도심에서 고가 수입차 '마세라티'를 몰던 중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2명을 사상케 하고도 달아난 30대 운전자에 대해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광주지법 형사4단독 이광헌 부장판사는 13일 404호 법정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주치사상 등)·범인도피 교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32)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또 범인도피 혐의로 구속, 함께 재판에 넘겨진 오모(33)씨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 9월24일 오전 3시11분께 광주 서구 화정동 한 도로(제한 속도 시속 50㎞)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93%(추산) 수치의 음주 상태로 수입차 '마세라티'를 시속 128㎞로 초과속 운전하다가 앞서 가던 오토바이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 20대 연인을 사상케 하고, 구호 조치 없이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사고 직후 자신의 도피를 지인들에게 교사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오씨는 동창인 김씨의 도피 과정에 차명 휴대전화(대포폰)를 넘겨주고 이동 편의를 제공하면서 도주를 도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사고 직후 대전·인천을 거쳐 출국 시도를 했다가 다시 서울로 달아났다. 67시간여 만인 9월26일 서울 강남의 유흥가에서 김씨와 오씨는 검거됐다.

당초 경찰은 사고 당일 김씨가 술을 마신 뒤 운전을 한 정황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틀여 만에 검거돼 사고 당시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지 못해 음주운전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김씨가 차량 운전에 앞서 3차례에 걸쳐 최소 소주 2병 이상을 마신 사실을 확인하고, 위드마크(Widmark) 공식으로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해 사고 당시 운전면허 취소 수치에 해당하는 만취 상태로 운전했다고 판단, 음주운전 혐의도 추가 적용했다.

김씨는 앞선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차로 사람을 친 사실을 알고 있었다. 술을 마신 상태였고 경찰 사이렌(경광등) 소리가 들려 무서워 도망갔다"며 음주운전을 시인한 바 있다.

김씨가 탔던 마세라티 차량은 서울 소재 법인 명의로 등록돼 있고 책임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상태였다.

김씨 측 법률 대리인은 검사의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인정했으며 김씨도 유족 측에 사죄 의사를 밝혔다. 유족과 사고 당시 오토바이 운전 중이었던 피해자는 엄벌을 탄원했다.

재판장은 "교통사고 발생 원인과 경위, 당시 기미가 마셨던 술의 종류와 음주량, 음주 지속 시간에 관란 자료 등을 종합하면 공소사실과 같이 혈중알코올농도 0.093%의 상태로 운전한 사실이 인정된다.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의 주의 의무 위반 정도가 극히 중하고, 이 사고로 피해자들이 숨지거나 중상해를 입는 등 피해 정도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사고 발생 직후 수습 조치를 하지 않고 도로 위에 쓰러져 있는 피해자들을 방치한 채 그대로 도주했고 이후 수사기관 추적을 피해 도피 행각을 일삼으며 오씨를 비롯한 지인들에게 범인 도피 행위를 종용,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 그 외 과거 범죄 전력, 동종 전과는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오씨에 대해서는 "잘못을 모두 시인·반성하면서 오랜 친구인 김씨의 요청을 거절 못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점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죄질이 나쁘고 유족들로부터 용서도 받지 못해 엄벌이 필요하다"며 징역 10년을 구형했고, 재판장은 검찰의 구형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선고 직후 김씨가 낸 음주 교통사고로 여자친구를 떠나보냈고 자신도 크게 다쳐 재활 치료 중인 피해자는 "형이 너무 가볍다고 생각한다. 검찰이 항소하기를 바란다. 김씨가 더 무거운 벌을 받을 수 있도록 탄원서 추가 제출 등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해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광주경찰은 김씨와 김씨의 도피 행각을 도운 이들의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 대포차 운영업체 등에 대한 후속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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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함평 사회부 차장 / 김민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