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경매 수요 증가에도 낙찰률 30%대 머물러
추후 가격 상승 기대 일부 매물에만 쏠림 '뚜렷'
부동산시장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경매시장의 '옥석 가리기'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고금리 기조에 따른 대출 이자 부담 증가와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길어지면서 경매 매물이 꾸준히 늘어나고 경매 수요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지만, 낙찰률은 여전히 30%대 머물고 있다.
경매시장은 부동산시장의 선행지표로 여긴다. 주택 수요자들이 시세보다 저렴한 매물을 얻기 위해 경매에 관심을 보이다, 낙찰가율이 점점 높아지면서 일반 매매시장까지 수요가 확산하기 때문이다. 낙찰가율이 오른다는 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과 낙찰률은 여전히 최저 수준을 밑돌고 있지만, 응찰자 수가 대폭 늘었다. 다만 경쟁이 치열하지 않으면서 낙찰 가격은 아직 감정 평가액의 70~80% 수준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법원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이 발표한 ‘2023년 3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2450건으로, 전월(1652건) 대비 48.3%, 전년 동월(1415건)에 비해 73.1%나 급증했다. 낙찰률 하락으로 유찰된 아파트가 쌓이는 데다, 경매시장으로 유입되는 신규 물건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3월 전국 아파트 신규 경매 건수는 1193건으로, 전달(743건)보다 450건이 늘어났다.
전국 아파트 낙찰률은 29.2%로, 전달(33.1%) 대비 3.9%p(포인트) 하락했다. 낙찰가율은 전월(74.6%)보다 0.5%p 상승한 75.1%를 기록했고, 평균 응찰자 수는 0.5명이 줄어든 7.5명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서울 아파트 낙찰률이 33.1%로 전월(36.1%) 대비 3.0%p 하락했다. 낙찰가율도 전달(79.8%)에 비해 0.8%p 떨어진 79.0%를 기록했다. 평균 응찰자 수도 전월(8.0명) 보다 2.6명이 감소한 5.4명으로 집계됐다.
경기 아파트 낙찰률은 30.3%로 전월(37.9%) 보다 7.6%p 떨어졌다. 낙찰가율은 74.2%로, 전달(71.9%) 보다 2.3%p 상승했고, 평균 응찰자 수는 0.8명이 늘어난 14.5명으로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경기도 외곽에 위치한 1억원 이하의 저가 아파트에 응찰자가 다수 몰리면서 낙찰가율이 반등한 것으로 보인다.
인천 아파트 낙찰률은 27.6%로 전월(22.4%)에 비해 5.2%p 상승했다. 낙찰가율은 68.2%로 전달(66.4%) 보다 1.8%p 올랐지만,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평균 응찰자 수는 9.8명으로 전달(10.4명)에 비해 0.6명이 감소했다.
통상 경매 수요가 늘어나면 낙착률이 함께 상승한 게 일반적이나, 최근 경매시장에서는 반대 현상이 뚜렷하다. 낙찰률은 지난 1월 36.5%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2월 33.1% ▲3월 29.2%로 줄고 있다. 낙찰률과 낙찰가율 모두 1년여 만에 20%p 이상 하락했다.
매물과 수요 증가에도 가격과 낙찰률이 떨어지는 것은 가격 경쟁력을 갖춘 일부 매물에만 수요가 집중되는 등 옥석 가리기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 시세 대비 가격이 낮아 추후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일부 매물에만 수요가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경매에 나온 서울 마포구 도화동 근린주택의 경우 감정가 대비 3억원 이상 높은 가격에 매매됐고, 최고 낙찰가율 상위 10개 중 2차례 이상 유찰된 매물은 2개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경매시장에서 특정 매물에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금리로 인한 대출 이자 부담과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경매시장으로 유입되는 매물이 늘고, 정부 규제 완화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주택을 매매하려는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며 "부동산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하면서 낙찰률은 낮게 나타나고, 일부 인기 있는 매물들을 중심으로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금리 인상과 집값 추가 하락 전망 등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이 경매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주변 시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비교적 입지가 탄탄한 매물에 응찰자 몰리는 옥석 가리기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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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