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전날 '석면폐병형' 고도장해 판정
공단, 장해급여 미지급…"회복 가능성"
法, 진폐증 판례 언급…"급여 지급해야"
석면폐증도 진폐증처럼 증상이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가 되지 않더라도 곧바로 장해등급에 따라 장해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보험급여(장해급여)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장해등급에 따른 장해급여를 지급해야 한다고 본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A씨의 배우자 B씨는 1977년부터 1999년께까지 한 회사에서 자동차 부품 제조 업무를 하면서 발생한 석면으로 인해 2014년 10월께 석면폐증(석면폐병형 2/2, 심폐기능 F0)을 진단받았다. B씨는 장해등급 제11급 판정을 받았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장해보상연금을 지급 받았다.
이후 석면폐증이 악화된 B씨는 폐이식 수술을 받았으나 2019년 2월 사망했다.
근로복지공단 석면심사회의는 B씨가 사망하기 전날 심의 결과 B씨의 상태를 '석면폐병형 2/2, 심폐기능 F3(고도장해)'로 판정했다. 이에 A씨는 B씨의 장해등급 상향을 주장하면서 장해등급 제1급에 따른 미지급 장해급여 지급을 청구했다. 제1급 장해급여와 이미 지급받은 제11급의 차액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 측은 B씨가 사망하기 전 석면폐증 증상이 회복이 어려운 상태였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A씨 측에 장해급여를 지급하지 않았다.
1심과 2심, 대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진폐증 관련 판례 법리를 내세웠다. 과거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진폐증의 경우 호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곧바로 장해등급에 따라 장해급여가 지급돼야 한다. 진폐증은 현대의학으로 완치가 불가능하고, 분진이 발생하는 직장을 떠나도 계속 진행된다는 점 때문이다.
법원은 석면폐증도 관련 법령, 발병기전이나 증상 등의 측면에서 진폐증과 유사한 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진폐증 관련 판례 법리가 석면폐증의 경우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은 "B씨는 사망 전 석면폐병형이 제1형 이상이면서 동시에 심폐기능에 고도장해가 남은 사람으로 해당 장해등급에 따른 장해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원심 판결에 법리 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대법 측은 "석면폐증이 관련법령, 발병기전이나 증상 등의 측면에서 진폐증과 유사한 점이 있고, 석면폐증에 걸린 근로자에 대해 진폐증에 걸린 근로자에 준하는 보호가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석면폐증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지 않더라도 해당 장해등급에 따른 장해급여를 지급해야 함을 최초로 명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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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