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법인 항소기간 항소장 제출"
응급의학회 "의학적 사실 등 제공"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이 건물에서 추락한 10대가 응급실을 찾아 병원을 전전하다 숨진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건에서 정부가 환자 수용 거부 등을 이유로 대학병원에 내린 보조금 지급 중단 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김재원)가 최근 대구가톨릭대병원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자 해당 병원을 설립·운영하는 학교법인 선목학원은 최근 재판부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측은 "항소기간 내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대한응급의학회 관계자는 "대구가톨릭대병원이 행정소송 판결에 대해 항소한 것을 확인했다"면서 "학회 차원에서 병원 측 법률 대리인에게 의학적 사실, 대응 논리를 제공함은 물론 항소 재판부에 학회 명의의 의견서 제출 등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 대구에서 17세 A양이 4층 건물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19 구급대는 대구파티마병원, 경북대병원을 거쳐 대구가톨릭대병원에 환자 수용 가능 여부를 물었고, 대구가톨릭대병원 측은 "신경외과 의료진이 없다"며 거부했다.
중환자가 들어오는 첫 관문인 응급실은 응급의학과의 1차적인 검사나 응급 처치에 이어 외과, 소아청소년과, 내과 등 배후 진료과의 수술·입원 등 최종 치료가 불가능하면 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
최근 복지부가 A양에 대한 진료 거부 등을 이유로 대구가톨릭병원에 시정명령과 보조금 지급 중단 처분을 내리자 선목학원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응급 의료를 요청한 자 또는 응급 환자로 의심되는 자에 대해 기초 진료조차 하지 않은 응급 의료 거부·기피에 해당함이 분명하다"고 판시했다.
법원이 응급실을 찾아 병원을 전전하다 숨진 사건에 대해 병원 측 책임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도 유지된다면 향후 유사한 사건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강명훈 변호사(법무법인 하정)는 "만일 정부나 법원이 응급실 기초 진료 이후 배후 진료가 되지 않는 경우 책임을 묻는다면 이런 책임을 감수하고 배후 진료를 담당할 전문의가 없기 때문에 응급실에서 기초 진료를 할 리가 없고 기대할 수가 없다"면서 "결국 배후 진료를 할 의사가 없어 응급실에서 환자를 받지 않은 경우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배후 진료 시스템의 붕괴가 누구 책임인지 가려야 할 것"이라면서 "배후 진료가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응급실에서 기초 진료를 무조건 하라고 하는 것은 이후 많은 참사를 일으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행정 소송에서 이 점을 다투어야 한다"고 짚었다.
한편, 복지부가 지난 9월 안내한 '응급의료법' 및 '의료법'에 기초한 ‘진료 거부의 정당한 사유’를 담은 지침에 따르면 '응급의료기관 인력, 시설, 장비 등 응급 의료 자원의 가용 현황에 비춰 응급 환자에게 적절한 응급 의료를 할 수 없는 경우'는 진료 거부·기피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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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본부장 / 김헌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