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한명숙 외 신년 사면·복권 특징은
사업 부진해 채무 변제 실패한 소상공인
생활고에 식료품 훔친 50대 생계형 사범
정신 장애 앓던 딸 '우발적 살해' 60대母
한진중 정리해고 파업 '희망버스' 송경동
24일 발표된 신년 특별사면·복권 대상자에는 생활고를 못 이겨 식당과 식료품 가게에 침입해 고추장 등 14만원 어치를 훔쳤다가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형이 확정된 50대 남성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그의 남은 형기는 약 2개월이었다.
자기낙태죄로 처벌받은 여성 1명도 포함됐다. 지난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낙태를 처벌토록 한 형법 조항은 올해부터 효력을 상실한 바 있다. 법무부는 이를 존중해 법률상 자격제한을 회복하기 위한 복권을 실시했다.
법무부는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오는 31일자로 이들을 포함한 3094명에 대한 2022년 신년 특별사면·복권 등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노동계 등에선 폭력적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이영주(54)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사무총장의 형선고실효 및 복권이 이뤄졌다. 이 전 사무총장은 2015년 11월14일 열린 민중총궐기에서 경찰관 폭행, 경찰버스 파손 등 집회가 폭력적으로 전개되도록 이끈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었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희망버스' 행사를 기획하고 불법 집회를 개최한 혐의 등으로 징역형이 확정됐던 송경동(52) 시인도 복권됐다. 그는 2011년 한진중공업 파업 관련 영도조선소 크레인을 점거하고 농성 중이던 김진숙씨를 지지하기 위해 전국에서 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모이는 희망버스를 기획하고 집회를 개최한 혐의 등으로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일반 형사범에는 살인·강도·조직폭력·성폭력·뇌물수수 등을 제외한 수형자·가석방자 700명, 집행유예·선고유예자 1950명 등이 포함됐다.
사업 부진 등으로 쌓인 채무변제 실패 등 범죄를 저지른 중소기업·소상공인 38명도 사면을 받았다.
주요 사례로는 대금을 지급할 돈 없이 3억5300만원 상당의 전복을 공급받아 영업을 하다 결국 이를 갚지 못해 징역형을 받은 40대 수산업자 등이 있다. 당시 그는 전복 폐사 등으로 적자가 누적됐다고 한다. 그에게는 동종 범죄전력이 없었고 피해금 중 일부를 갚았다는 점이 참작된 것으로 보인다.
중증을 앓고 있거나 고령으로 정상적인 수형 생활이 어려운 특별배려 수형자 21명도 대상에 포함됐다. 절도와 무면허운전 등으로 징역 8개월을 살던 40대 남성 등이다. 그는 간경화 말기로 기대여명이 3년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
조현병을 앓던 딸을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나타난 60대 여성도 사면을 받았다. 그는 딸이 2살 때부터 중증 정신장애를 앓자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23년간 보살펴오던 중, 잠든 딸을 과도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선 징역 4년이 선고됐다가 결국 징역 3년형을 확정받았다. <2020년 11월9일 뉴시스 '[단독]조현병 딸 23년 병간호..돌보다 지친 엄마, 비극 선택' 참조>
법무부는 일반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정신·육체적 고통을 감내하던 중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고 사면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선거사범 특별사면·복권 대상자는 제18대 대통령선거, 제5·6회 지방선거 제19·20대 총선 선거사범 315명도 포함됐다.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2017년 벌금 200만원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한 최명길 전 국민의당 의원 등이 복권돼 다시 선거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별건으로 수배·재판 중인 경우, 벌금·추징금 미납자, 공천 관련 금품수수사범 등은 이번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사회적 갈등 사건 관련자 65명도 사면·복권을 받았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관련 사건 2명, 사드배치 관련 사건 1명, 밀양송전탑 공사 관련 사건 1명, 세월호 관련 사건 3명, 희망버스 관련 사건 3명, 공무원연금법 개정 관련 사건 15명, 최저임금법 개정 관련 사건 34명, 장기간 노사분쟁업체 관련 사건 3명 등이다.
이밖에도 운전면허 행정제재 특별감면 대상자는 98만780명이다. 음주운전, 뺑소니, 난폭·보복운전, 교통 사망사고 운전자는 감면대상에서 제외됐다. 건설업면허 행정제재 대상자 1927명, 생계형 어업인 행정제재 대상자 344명 등에 대한 특별감면 조치도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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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이병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