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 피로 누적·고금리·대출 규제 강화 '불확실성' 가중
서울 아파트 거래량 절반 '뚝'…매도·매수자 모두 관망세 심화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위축됐던 서울 부동산시장이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이후 꽁꽁 얼어붙고 있다. 매수자와 매도자가 희망하는 가격 격차가 커지며 거래절벽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특히 미국 대선과 당분간 대출 규제 강화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 같은 분위기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감소하고 있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총 매매 건수는 3059건으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지난 7월 7582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8월 6427건으로 줄었다. 전일까지 집계된 10월 거래 건수는 3001건에 불과했다. 아직 신고기간이 많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3000건 선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가 줄면서 매물이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961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8만5570건)보다 4.7% 늘어난 수치다. 구별로 ▲서초구 11.5%(6757건→7537건) ▲마포구 6.8%(3245건→3468건) ▲영등포구 6.8%(3491건→3731건) ▲중랑구 6.5%(2341건→2494건) 등에서 매물이 늘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줄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이달 셋째 주(18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와 동일한 0.06%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35주 연속 상승세지만, 오름폭은 지난 10월 둘째 주(0.11%) 이후 지난주까지 4주 연속(0.09%→0.08%→0.07%→0.06%)으로 줄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재건축, 역세권·신축 등 인기 단지는 매수문의가 꾸준하고 상승거래가 포착되나, 그 외 단지는 대출규제에 따른 관망세 확산과 매물 적체가 발생하는 등 시장상황 혼조세 속에 지난주 상승폭이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에선 지난 9월부터 시행된 스트레스 DSR 2단계와 유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전세자금대출 제한 등 정부의 전방위 가계 대출 규제로 아파트 거래가 위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트레스 DSR 2단계는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각각 가산금리 0.75%p(포인트)를 적용하는 규제다. 2단계 규제에서는 은행권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가산금리 1.2%p(포인트)를 적용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이후 집값 하락을 기대하는 실수요자들이 주택 구입을 미루고, 투자 수요까지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올해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주택을 사는 데 필요한 대출 규모가 늘었지만, 오히려 대출 규제가 강화됐다"며 "고금리 장기화와 대출 규제에 부담을 느낀 실수요자들이 매매 대신 임대시장에 머물며 관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미국 대선과 금리 변화,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 등 시장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실수요자들이 관망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고, 당분간 거래절벽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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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