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인 줄 몰라" 도주치사는 무죄 유지
검찰, 사고 후 미조치 혐의 추가해 항소
2심 "구호조치는 고의·과실과 별개 의무"
무죄 원심 파기하고 벌금 1000만원 선고
새벽시간 검은 옷을 입은 채 도로에 누워있던 사람을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에 대한 무죄 판결이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주된 공소사실인 도주치사는 무죄가 유지됐으나 예비적 공소사실인 '사고 후 미조치'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A(51)씨는 2019년 12월24일 오전 4시5분께 5.2t 냉동탑차를 몰고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역 인근 도로를 주행하던 중 길 위에 누워있던 B(53)씨를 그대로 지나쳤다.
이 사고로 B씨가 현장에서 숨졌으나 A씨는 피해자 구호조치 없이 사고 현장을 떴다.
경찰은 B씨 옷에 남은 바퀴 자국을 토대로 가해 차량을 화물차로 특정한 뒤 주변 폐쇄회로(CC) TV 영상을 통해 A씨의 차량을 추적했다.
사건 발생 닷새 후 체포된 A씨는 경찰에서 "덜컹거리는 느낌은 났으나 사람을 친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A씨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전방 주의의무를 게을리하는 등 업무상 과실로 사망사고를 냈고, 구호조치 없이 현장을 달아났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지난해 5월 1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상·하의 모두 검은색 계통의 옷을 입은 채 누워있었고, 사고 지점에 가장 가깝게 설치된 가로등 2개도 고장으로 소등된 상태였다"며 "이 사건 사고가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에 기해 발생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면서 "도주치사죄는 업무상 과실이나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자를 가리키는 것이지 과실이 없는 사고 운전자까지 포함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이 판결에 불복해 예비적 공소사실로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혐의를 적시해 항소했고, 2심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청주지법 형사항소2부(오창섭 부장판사)는 "사고 지점은 장애물이 없는 평탄한 도로로서 출렁임이나 진동이 느껴졌다면 즉시 정차해 역과(轢過)한 물체가 무엇인지 확인했어야 한다"며 "구호조치는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할 때 고의나 과실 유무와 관계 없이 운전자가 신속하게 취해야 할 의무"라고 사고 후 미조치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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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 사회부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