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등 이유 해임, 검찰공무원
"피해자 안 알려줘, 반박 못 했다"
檢은 '피해자 보호'…"특정 안 돼"
2심 "방어권 침해, 해임 취소해야"
성희롱 등을 이유로 해임된 검찰공무원이 피해자를 특정해 주지 않고 진행된 감찰 조사 등은 위법하다며 제기한 해임 취소 소송 2심에서 승소했다. 검찰 측은 피해자 보호 등을 이유로 피해자를 특정하지 않겠다고 버텼지만, 재판부는 이를 방어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14일 법원에 따르면 전날 서울고법 행정9부(부장판사 김시철)는 A씨가 검찰총장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처분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정당한 해임으로 봤던 1심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2005년 검찰서기보로 임용된 A씨는 2019년 5월 지방검찰청 관할 고검에서 일하던 중 비위행위를 이유로 해임됐다고 한다. 감찰 조사를 통해 나온 A씨의 징계사유는 ▲성희롱 등(13개) ▲우월적 지위·권한을 남용한 부당행위 등(19개) ▲공용물의 사적 사용 등(1개) 33개의 품위유지위반이었다.
A씨는 검찰총장의 해임 처분은 최소 16명 이상의 피해자 진술에 기초하고 있는데, 이들이 모두 익명 처리돼 방어권을 침해하는 절차적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증거조사 등을 이유로 검찰총장 측에 해당 피해자들의 인적사항 등을 특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검찰총장 측은 '대검찰청 성희롱·성폭력·성차별행위 예방 및 처리지침'을 근거로 피해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며 이 사건 피해자 등을 특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2심 재판부는 "검찰총장은 A씨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피해자 등에 대한 증인신문을 신청할 기회를 박탈, 감찰조사 절차나 소청심사 및 소송 절차에서 A씨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런 판단을 근거로 재판부는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내놓은 성폭력처벌법 30조 6항에 대한 위헌 결정을 인용하기도 했다.
헌재는 지난해 12월23일 19세 미만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경우 피해자 진술이 영상 녹화돼 있다면 별도의 절차를 거쳐 증거로 인정하는 현행 증거조사 방식을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번 사건 재판부는 "(헌재의 결정은) 해당 조항이 피고인의 방어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위헌이라는 취지인데, 미성년 피해자가 문제된 헌재 사건에서조차 반대신문권을 박탈하는 것은 헌법적 차원에서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 피해자는 미성년자도 아닌 '성년'이기 때문에 반대신문권 박탈을 더욱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총장 측이 대검 처리지침 등을 근거로 피해자 특정을 거부한 것에 대해서는 "지침은 행정규칙의 성질을 가지는 것에 불과해, 법원에 대해 구속력 있는 법규명령의 성질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감찰 조사 등을 통해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A씨의 징계사실이 개연성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내놨다.
추정 피해자에 대한 A씨의 혐의 사실과 추정 피해자가 제출한 탄원서 내용이 불일치하거나, 실제 A씨 발언이 맥락상 갑질이나 폭언으로 느껴지는 행위였는지 의문이 제기되기는 부분이 있다고 본 것이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법원.검찰 / 이병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