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 침공하면 중러 연대 강화
미국, 동맹국 들에 반러·반중 주문 예상
러시아, 한국 자극하면서도 협력 병행
北, 비핵화 우크라에 핵 중요성 재확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 파장이 동북아와 한반도까지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 간 연대가 강화될 것으로 본다. 이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진행되는 미·중 대립 구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러 간, 러시아·나토 간 갈등이 고조될수록 중국과 러시아는 군사적으로 더 밀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서부연합-2021'을 계기로 연합지휘부를 편성하고 무기체계와 지휘통신 장비를 연동하며 초보적 수준의 상호운용성을 검증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될 경우 중국은 미국과 동맹국들을 시험하기 위해 동아시아에서 공세적 행동을 감행할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 견제에 집중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지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미국 주도의 나토가 개입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대만해협 등지에서 공세적 군사행동을 감행하면 미국은 '두 개의 전쟁'을 수행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러시아와 중국의 협공에 직면한 미국은 동맹을 최대한 활용할 전망이다. 미국은 나토, G7, EU 정상회의 등을 활용해 대중국 견제뿐 아니라 반러시아 전선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자유민주주의 확산을 주장하는 미국과 EU, 그리고 권위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러시아·중국 연대 간에 체제 대결 구도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한국 정부의 대(對) 러시아 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 정부는 러시아와 군사적으로 마찰을 빚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수년째 한국 방공식별구역(카디즈)에 사전 통보 없이 진입하며 한국군을 자극해왔다.
2019년 7월23일 중·러 군용기가 한국 방공식별구역에 무단 진입했고 당시 러시아 공군기는 한국 영공을 침범했다. 러시아는 같은 해 10월22일 다시 무단 진입하는 등 방공식별구역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였다.
지난해 11월19일 중국 군용기 2대와 러시아 군용기 7대가 독도 동북방 한국 방공식별구역에 순차적으로 진입 후 이탈했다. 지난해 12월22일에는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 19대가 한국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며 연합훈련을 펼치는 등 무력시위를 벌였다.
이처럼 러시아가 한국을 자극하고 있지만 동시에 한·러 정부 간 협력은 이뤄지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는 2008년 양국 관계를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격상했으며 올해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양국이 공동으로 주관한 교류협력 사업이 열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러 국방 당국이 국방협력협정과 해·공군 간 직통망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북한 핵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유라시아의 위기: 원인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옛 소련 해체 후 우크라이나의 핵 폐기와 안보 및 주권 보장을 맞교환한 1994년의 부다페스트 각서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으로 인해 휴지조각이 됐다"며 "북한은 핵을 포기한 뒤 결국 무너지고 만 리비아 카다피 정권과 이라크 후세인 정권의 몰락을 봤다. 북한은 이제 우크라이나의 고초를 보면서 절대 핵을 포기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더 굳혀 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에 한쪽을 지나치게 편들지 말고 균형외교를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방일보 기고문에서 "한반도는 미·중 간 전략경쟁 및 미·러 간 전통적 경쟁이 심화되는 복합적 안보환경에 둘러싸여 있다. 이러한 안보환경이 한반도에 위협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한·러 간 전략적 교류협력 추진이 필요하다"며 "신북방정책의 모멘텀을 지속 유지하고 안보분야와의 연계성을 모색해 보다 높은 수준에서 한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관여를 유도하는 기민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박병광 위원은 "우크라이나와 한국이 처한 안보 상황이 다르지만 양국 모두 유럽과 러시아,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인 국가'라는 공통점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어느 한쪽으로 대책 없이 과도하고 일방적인 편승이 심각한 안보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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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