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尹 양자토론 사실상 무산…여야, 실무협상 재개 안해

대장동 자료 반입 문제로 전날 협상 결렬…재개 움직임 없어
與 "검사 신문같은 토론 부당" vs 野 "토론 규정상 자료 지참"
윤석열은 오후 일정 잡아…공식 무산 선언 없이 공방전 가열

설 연휴인 31일에 열릴 예정이었던 이재명·윤석열 후보 간 양자토론이 사실상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이날 오후 6시로 예정된 토론을 5시간 앞둔 오후 1시까지도 토론 협상을 재개하지 않았다. 특히 윤 후보가 오후 일정을 공지하면서 토론 무산이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전날 양측은 토론장에 대장동 자료를 반입하는 '자료 지참' 문제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실무협상을 중단했다. 여야는 이날 오후 1시까지도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협상 재개에 나서지 않았다.



여야는 자료 지참에 대한 입장을 고수했다. 양자토론 협상에 참여해온 김성수 민주당 공보단 부단장은 이날 뉴시스와 통화에서 "국민의힘의 입장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대장동 관련 자료 반입 조건을 철회해야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당초 국민의힘이 자료 반입 금지를 주장했다가 민주당이 주제 제한을 하지 않겠다고 양보하자 입장을 바꿔 자료 반입을 주장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토론단장은 통화에서 "중앙선관위 토론 관리규정에 자료를 갖고 가게 돼 있는데 거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범죄 혐의가 없으면 (자료 반입 조건을) 받으면 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국민의힘은 토론회에 자료 지참하는 것은 기본 사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야가 이후에 협상이 재개한다고 해도 오후 6시에 예정대로 토론회를 진행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윤석열 후보는 이날 오후에 서해 피살 공무원 유가족 면담, 안양소방서 방문 등 일정을 잡아 기자단에 공지하기도 했다.

이런 정황을 종합해보면 이재명·윤석열 양자토론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측은 공식적인 파행 선언을 하지 않은 채 책임론을 피하려는 모양새다. 토론 무산에 따르는 정치적 책임을 떠안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고용진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날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대한민국의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나온 후보가 보좌진이 써 준 모범답안 없이는 국정이나 정책에 대해서 토론할 능력이 없다니 참으로 딱하다"며 자료 반입 주장을 고수하는 윤 후보를 향해 '커닝 후보' 공세를 이어갔다.

고 수석대변인은 "이 후보는 국민의힘이 제안한 '주제도 없고' 토론을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했다. 지금까지 윤 후보가 요구한 모든 조건을 전부 수용한 것"이라면서 "이제 윤 후보가 대답할 차례"라고 압박했다.

반면 원일희 국민의힘 선대본부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후보자가 자료를 지참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 예도 없고, 이런 황당한 요구로 토론이 무산된 예도 없다"며 "대장동 비리는 단군 이래 최대 비리 카르텔 사건으로 범죄를 입증할 최소한의 자료가 있어야 토론이 가능하단 것이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 대변인은 "이 후보는 비상식적 무자료 토론 조건을 내세워 양자토론을 무산시키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지금이라도 당장 협상팀에 진정성 있게 협상에 임하라고 지시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야는 서로에게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고 수석대변인은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실무협상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면서도 "(우리가) 얘기했는데 답을 안 주면 자꾸 연락할 이유는 없다"며 먼저 협상을 재개할 의지가 없음을 시사했다. 이어 "그런 식으로 자료를 들고와서 검사가 신문하듯이 하는 토론은 맞지 않다는 판단이니까 계속 태도 변화를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황상무 국민의힘 선대본부 특보는 통화에서 "(민주당이) 아예 답이 없었고, 우리가 촉구도 하고 전화했는데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황 특보는 "1시반 쯤에 입장을 발표할 거고, 민주당의 입장 변화가 있으면 협상할 수 있다는 이야기"라면서도 "1시반 정도면 사실상 물리적으로 (토론회를) 하는 게 불가능할 것"이라며 파행 쪽에 무게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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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임정기 서울본부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