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 연대 중·러, 美 주도 대북 제재에 '거부권 찰떡공조'

중·러, 안보리서 대북 규탄 거부권 행사
중·러, 2010년대 거부권 동맹…美 견제
중국, 자국 이익 위해 거부권 활용 중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무대에서 노골적으로 북한 편을 들면서 대북 규탄성명 채택이나 추가 제재를 막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지난 4일 북한의 화성-12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기 위해 회의를 열었지만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운데)를 비롯한 9개국 대사들이 4일(현지시간) 안전보장이사회 북한 관련 비공개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2.04.

미국은 이날 안보리 이사국인 알바니아와 브라질, 프랑스, 아일랜드, 노르웨이, 아랍에미리트, 영국, 비이사국인 일본 등 8개국과 함께 안보리 차원의 규탄 성명을 추진했다. 그러자 상임이사국으로서 거부권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했다.

지난달부터 이어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임에도 중국과 러시아가 이에 대한 대응을 거부한 셈이다.


중국과 러시아에게는 유엔 설립 당시부터 거부권이 주어졌다.

1945년 유엔 출범 당시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은 승전국들에게 거부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에 따라 미국과 소련, 영국, 프랑스, 중국이 거부권을 쥐게 돼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이 탄생했다. 이들 5개국은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이면서 핵 보유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국가들이기도 하다.

상임이사국 권한은 막강하다. 안보리 결정사항은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이 찬성을 해야 한다. 5개 상임이사국은 거부권을 갖고 있어서 이들 중 한 국가라도 반대하면 해당 안건은 부결된다.

유엔 창설 이후 2017년 12월까지 모두 2397건의 안보리 결의안이 채택되고 202건의 거부권이 행사됐다.


냉전 시기에는 미국과 소련 간 대결이 거부권 남발로 이어져 안보리가 마비되다시피 했다.

냉전기 거부권 행사의 절반 이상이 소련에 의해 이뤄졌다. 미국 등 서방이 안보리를 주도했고 이 과정에서 소련은 거부권 행사를 통해 빗장을 걸었다. 1960년대 중반까지 상정된 안보리 결의안은 신생독립국가 유엔 가입과 관련된 의제들이 많았는데 소련이 이에 반대했다. 소련은 서방세계 지원을 받아 독립한 신생국가들이 유엔에 가입해 미국의 우군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1970년대 베트남이나 중동과 관련한 안보리 결의안에 대해 미국 단독 혹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의 집단적 거부권 행사가 증가했다. 이때부터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안건들이 안보리에 상정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소련 와해로 러시아가 상임이사국 자리를 계승하고 상임이사국 간 갈등이 잦아들면서 거부권 행사는 줄었다. 1970년대 33건과 1980년대 46건을 기록했던 거부권 횟수가 1990년대 9건으로 감소했다.


냉전 시기에는 미국과 소련 간 대결이 거부권 남발로 이어져 안보리가 마비되다시피 했다.

냉전기 거부권 행사의 절반 이상이 소련에 의해 이뤄졌다. 미국 등 서방이 안보리를 주도했고 이 과정에서 소련은 거부권 행사를 통해 빗장을 걸었다. 1960년대 중반까지 상정된 안보리 결의안은 신생독립국가 유엔 가입과 관련된 의제들이 많았는데 소련이 이에 반대했다. 소련은 서방세계 지원을 받아 독립한 신생국가들이 유엔에 가입해 미국의 우군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1970년대 베트남이나 중동과 관련한 안보리 결의안에 대해 미국 단독 혹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의 집단적 거부권 행사가 증가했다. 이때부터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안건들이 안보리에 상정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소련 와해로 러시아가 상임이사국 자리를 계승하고 상임이사국 간 갈등이 잦아들면서 거부권 행사는 줄었다. 1970년대 33건과 1980년대 46건을 기록했던 거부권 횟수가 1990년대 9건으로 감소했다.


1999년 마케도니아 사전전개군 연장안은 중국의 거부권 행사로 조기에 종료됐다. 중국은 마케도니아가 대만과 외교 관계를 맺은 것을 문제 삼았다.

중국은 2007년 1월 안보리가 미얀마 군사정권의 인권탄압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할 때도 러시아와 함께 거부권을 행사했다. 미얀마 정부로부터 석유개발 사업권을 획득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안보리 표결 직후 중국국영석유회사는 미얀마 서부연안에서 석유·천연가스 개발사업권 3개를 추가로 획득했고 육로 송유관 건설에 합의했다.


▲ 9월24일 UN 안보리의 기후변화 회의에서 발언하는 장쥔 중국 유엔 대사. 그는 27일 핵무기확산금지조약과 관련해 일부 국가들의 2중 잣대와 일방적 해석을 비난하며 중국은 그런 태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에 반대하며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사례가 반복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 결과 냉전 시기처럼 안보 분야에서 유엔의 역할이 퇴색할 가능성이 있다.

이동률 동덕여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는 '유엔에서의 중국 외교행태에 대한 실증 연구: 안보리 표결행태를 중심으로' 논문에서 "중국은 90년대 후반 이후부터는 유엔을 통해 자국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거나 또는 불리한 결정, 특히 중국 내정·주권을 침해한다고 인식하는 결정을 적극적으로 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엔 다자주의 틀에서의 강대국 정치: 안보리 결의안과 미-중 안보경쟁' 논문에서 "중국은 안보리에서 여전히 러시아와의 연대를 통한 거부권 행사를 통해 자신들의 뜻을 밝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중국은 적어도 당분간은 글로벌 이슈와 관련해서는 단독으로 초강대국 미국을 견제하기 보다는 러시아와의 공조를 통해 자국 입장을 관철시켜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또 "안보리 내 중·러의 투표 동맹이 실용적 협조일지, 고도의 전략일지, 그리고 얼마나 지속적으로 이뤄질지 여부는 추이를 지켜봐야 알겠지만 반미 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중동이 중국과 러시아와 더 가까워지는 상황 속에서 안보리 내 신(新)냉전 구도가 유엔 내에서 나타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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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