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방침 정하는 교내 확진자 '3%·15%' 룰
학교·교육청 등 협의해 지표 바꿀 수 있지만
서울에서 확진자 20명대 나온 학교 속출해
확진자 나오면 학교가 접촉자 역학조사 해야
교원단체 반발…"방역 업무 학교에 떠넘겨"
교육부가 누적된 학습결손을 해소하기 위해 다음달 새 학기 전면 등교와 방과 후 수업 등 대면 교육활동을 재개하는 정상등교에 나서기로 했지만 많은 학교에서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교육계에서 나온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이나 접촉자로 분류돼 등교가 어려운 학생이 전교생의 일정 비율을 넘으면 수업이나 교내 활동을 제약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어 일선 학교에서도 교육부 기준을 넘어서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8일 교육부가 전날인 7일 발표한 '2022학년도 1학기 방역 및 학사 운영 방안'에 따르면 일선 시·도교육청과 각급 초·중·고교는 지역 감염 상황과 학교 규모 등에 맞게 학사운영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전면 등교 수업에 더해 방과 후 수업, 토론식 수업 등 대면 교육활동 전체를 정상화하는 '정상 교육활동'을 원칙으로 하되, 학교가 학부모, 교직원 등과 협의를 거쳐 전교생 일정 비율이 확진되거나 격리 등으로 등교가 중단되면 교육활동을 제약할 수 있도록 했다.
학사운영 방안에 대해 교육부는 두 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학내 재학생 중 신규 확진자 비율 3%, 등교 중단 학생 비율 15%다. 전교생이 658명(서울 지역 평균)인 초등학교를 가정하면, 확진자가 20명이 넘으면 교육활동을 줄이고, 격리자를 포함해 99명이 넘으면 일부 학년, 학급 등 수업을 원격으로 전환한다.
비록 이 지표를 학교나 교육청이 바꿀 수 있다고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인한 국내 감염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교육부 기준으로 교육활동이 축소되는 학교 사례가 현장에서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전날인 7일 내놓은 관내 유·초·중·고 학생, 교직원 확진자 발생 현황을 보면 지난 4~6일 사흘동안 학생 188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현재 4139명이 입원 등 치료를 받고 있다.
해당 기간 서울 지역에서 초등학교 3개교와 고등학교 1개교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는데 모두 학생, 교직원 확진자가 25명을 넘었다. 고등학교 1곳은 26명, 초등학교 2곳은 28명, 나머지 한 곳은 29명이다.
각 학교의 전교생이 차이가 있겠지만 서울 지역 평균을 기준으로 본다면 이미 교육부가 학사운영 방안으로 제시한 3%(확진자 20명) 수준을 이들 학교에서는 넘어선 셈이다.
방역 당국이 이번 달 중 확진자 규모가 많게는 17만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하는 가운데 학교 현장은 정상등교 가능성을 불투명하게 점치는 분위기다. 확진자 1명이 발생해도 학교 문을 닫던 과거보다 여지가 늘었지만 여전히 학년, 학급에 따라 지난해처럼 원격수업을 해야 할 상황이다.
다만 한철수 한국초등교장회장(서울 동작구 대림초 교장)은 기존 일률적 밀집도 기준 대신 학교 규모, 학교급·학년 등에 따라 현장에서 탄력적으로 정하도록 한 데 "코로나19 유행이 2년 동안 진행되면서 학교 구성원이 의견을 모아 (학사 등을) 결정하는 체계가 갖춰졌다"며 "오히려 일률 적용하는 게 더 어렵게 한다"고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전 학년이 모두 등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여겨진다"며 "20여일 남았는데 확진자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학교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밀접접촉자를 조사하고 자가검사키트를 활용해 등교 복귀를 결정하게 한 것을 두고 교원단체는 업무 과부하도 우려한다.
교육부는 새 학기부터 학교가 방역 당국 기준을 근거로 밀접접촉자를 분류하도록 했다. 유증상자와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은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을 수 있는 확인서를 발급하고, 무증상자는 자가검사키트로 검사를 실시해 음성이 나오면 등교가 가능하도록 지침을 정했다.
박주용 보건교사노조 위원장은 이를 두고 "교육부는 방역 당국과 달리 위중증·치명률이 아닌 확진자 발생률을 잡겠다고 나서고 있다"며 "차라리 예방접종 권고에 힘을 실었으면 모르겠는데 관련 언급이 없다시피 한 수준"이라고 질타했다.
박 위원장은 학교 자체 조사에 대해서도 "질병청 역학조사관이 하던 업무를 자격과 전문성이 부족한 교사에게 맡겼다는 데 헛웃음이 나온다"며 "마스크 벗고 15분 동안 대화하면 밀접접촉자로 분류하라는데 어떻게 조사할 지 감이 오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방역 전문가 사이에서는 교육부 방역 지침이 오히려 지역 사회 감염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18세 소아, 청소년 백신 접종률이 타 연령층보다 낮다는 걸 감안하면 확진률은 물론 학생들 가운데 위중증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관련 보호 방안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오미크론의 전염력은 델타 변이에 비해 훨씬 높기 때문에 확진자가 나온다면 미접종자가 많은 학생들 사이에서 대거 나올 것"이라며 "고위험군에서 중증, 사망자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우려했다.
교육부는 학습결손 문제가 심각한 만큼 정상 등교 원칙에 변함이 없다는 방침이다. 다만 감염 상황을 예단할 수 없어 모든 학생들이 다음달 2일 새 학기 첫 날부터 등교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날인 7일 브리핑에서 "교육부의 정상 등교 원칙은 유지된다"면서 "오미크론의 특성상 단기간 확진자 또는 격리자가 급증할 수 있으므로 학교 현장 중심의 판단을 강화해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3월2일 개학 당일에는 확진이 됐거나 격리가 된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등교하게 된다"면서도 "그 학교에 등교하는 학생들의 규모나 학사운영과 관련해서는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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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