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만에 구조 종료…추가 위험에 고비 잇따라
피해 배·보상, 안전 진단·철거·재시공 검토 남아
광주 도심 한복판에서 HDC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공사 도중 상층부 구조물이 연쇄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 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연인원 5000명에 가까운 인원이 29일 동안 쉼 없이 구조 작업을 벌인 끝에 매몰 노동자 6명을 수습했으나 모두 숨졌다.
실종자는 모두 수습됐지만 피해 배·보상, 안전 진단·철거·재시공 검토 등 붕괴사고에 따른 후속 절차는 산적해 있다.
◇ 한 달 걸린 매몰자 수색…6명 모두 숨져
8일 범정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등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오후 3시 46분께 광주 화정아이파크 201동 39층 타설 작업 중 23~38층 바닥 상판 등 구조물이 무너져 내렸다. 사고 당일 하청 노동자 1명이 다치고 6명이 실종됐다.
첫 번째로 발견된 실종자는 사고 나흘 만인 지난달 14일 오후 6시 49분께 201동 건물 지하 1층 난간 사이에서 구조됐으나 숨졌다.
이후 상층부 수색 장애 요인으로 꼽힌 201동에 기댄 145m 높이 타워 크레인을 우여곡절 끝에 열흘 만에 해체했다. 지난달 23일부터는 20층 '전진 지휘소'를 교두보 삼아 24시간 수색·구조와 잔해 제거 작업에 나섰다.
같은달 27일 오전 11시 50분에는 201동 28층 2호실 잔해 더미에서 세 번째 실종자가 발견됐으나, 나흘여 만인 1월 31일 오후 현장에서 수습돼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달 25일 오후 6시 40분 201동 27층 2호실 안방 위쪽 잔해 더미에서 혈흔·작업복과 함께 두 번째 실종자가 발견됐다.
이달 4일엔 하루에만 매몰 노동자 2명이 잇따라 구조됐다. 27층에서 두 번째로 발견됐던 매몰자는 열흘 만인 4일 오후 3시 29분 수습됐으나 사망 판정을 받았다. 같은 날 오전 11시 10분 201동 28층 2호실 안방 내 잔해 속에서 다섯 번째 노동자가 발견됐다. 발견 7시간여 만인 오후 5시 54분 구조됐으나 병원에서 숨졌다.
지난 7일 오전 11시 50분 무너진 201동 건물 27층 2호실 거실 외벽 창가 2m 안쪽에서 마지막 매몰자가 발견됐다. 이후 4시간여 만인 오후 3시 47분 구조했으나 숨진 상태였다.
앞서 설날인 지난 1일 오후 201동 26층 2호실 내 움푹 꺼진 거실 바닥에서 네 번째로 발견된 매몰 노동자는 이날 8일 오후 7시 37분 현장에서 수습, 숨졌다.
29일 동안의 수색·구조 작업에는 구조대원 등 연인원 4857명, 인명탐지견 141마리(중복 포함)가 투입됐다.
이번 붕괴 사고로 현장 하청 노동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경상을 입었다. 또 무너져 내린 잔해 더미에 공사현장 인근 주·정차 차량 32대(민원 접수 내역 포함)가 파손됐다.
◇ '추가 붕괴 위험에 26t 잔해 낙하까지'
매몰자 구조·실종자 수색은 201동 내 24층 천장 상판 균열 확대, 외벽에 걸쳐있던 26t가량 콘크리트 덩어리 낙하 등으로 한때 중단되는 등 고비마다 난관에 봉착했다.
무너져 내린 상층부 잔해물에 실종자가 다수 있을 것으로 점쳐졌지만, 붕괴 201동 건물과 연결된 지지대가 파손돼 비스듬히 기댄 채 서 있는 140m 높이 타워 크레인이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이에 건물 구조 안전 전문 자문단과 현대산업개발 등이 수 차례 검토를 거쳐 크레인 해체 작업을 진행했으나, 크레인 해체 노동자들이 안전 문제를 이유로 산업안전보건법 52조에 따른 '작업 중지권'을 발동했다.
타워 크레인이 넘어지면서 무너질 위험이 높다는 판단에서 작업 방식·일정이 바뀌면서 크레인 해체는 당초 계획보다 닷새 늦어졌다. 지난달 23일에서야 '수색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던 타워 크레인 상단 구조물과 부서진 채 방치됐던 외벽 거푸집이 철거됐다.
첫 수습 노동자를 제외한 매몰자 5명이 잇따라 발견된 26~28층 구역은 16개 층부터 무너져 내린 콘크리트 상판이 겹겹이 내려 앉았고 철근까지 얽혀 있어 구조인력 접근이 쉽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오후에는 국토안전관리원이 무너진 201동 건물 내 24층 천장 콘크리트판 균열이 위험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판단, 수색 작업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달 2일 오전에도 201동 28층 상측 옹벽에 걸쳐있던 대형 콘크리트 잔해물이 22층 내부와 지상으로 떨어졌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안전 진단이 진행되는 하루 동안 모든 작업이 다시 멈췄다.
'낭떠러지'를 연상케 하는 위험한 환경 속에서 구조 인력은 안전 줄에 의지해 잔해를 일일이 치웠다. 안전 진단을 거쳐 소형 굴착기 2대가 투입돼 힘을 보탰지만, 매몰자 1명을 구조할 때마다 구조 인력의 위험이 뒤따랐다.
◇ '산 넘어 산' 피해 배·보상, 구조물 철거 문제 남아
모든 구조 작업이 끝났지만 피해 배·보상, 붕괴 건물 철거 등이 남아 있다.
산업 재해 관련 배·보상 문제는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와 별개로 피해자 가족들은 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2019년 5월 착공 이후 공사 관련 피해를 호소한 주변 상인들도 피해 보상, 생업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공사 안전 관리 부실, 먼지·소음 등 각종 민원을 제기했지만 서구청이 묵살했다고 주장하며, 후속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무너진 건물에 대한 철거도 국토교통부 주관 구조물 안전 진단을 거쳐 진행된다. 무너진 201동 건물에 걸쳐진 잔해물과 위태롭게 서 있는 남측 외벽부터 해체 수순을 밟는다. 작업에는 기초 공사가 진행 중인 새 대형 타워 크레인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철거 대상 선정, 방법 등 구체적인 안은 안전 진단 결과에 달려있다. 재시공 여부 역시 검토 대상이나 자세한 방향이 정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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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외전남 / 손순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