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조건부 허용' 유력…공정위, 수일 내 결론 낼 듯

9일 전원회의서 마라톤 논의
EU·中 독점 운수권 반납 쟁점
비용 절감 불가능…M&A 퇴색
"대한항공 M&A 포기" 관측도
'EU·美·中·日' 4개국 승인 필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인수·합병(M&A)을 심사하기 위해 마라톤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애초 계획대로 '조건부 허용'이 유력한 가운데 수일 내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는 9일 오전 10시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M&A를 허용할지를 두고 조성욱 위원장 주재로 전원회의(최고 의결 기구)를 열어 여전히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대한항공은 공정위 조치 계획을 담은 심사 보고서를 검토한 뒤 지난달 21일 자사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전원회의에는 우기홍 사장이 직접 참석했다.

앞서 공정위는 양 사 간 M&A를 조건부 허용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해 12월29일 조 위원장은 관련 브리핑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M&A를 승인하겠다"면서 슬롯과 일부 노선의 운수권을 반납하고, 운임 인상 제한, 항공 편수 및 기타 서비스 축소 금지 등 조건을 달겠다고 밝혔다.

쟁점은 운수권 반납이다. 공정위 분석에 따르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시 65개의 국제노선이 중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인천~미국 로스앤젤레스(LA)·뉴욕·시애틀, 인천~스페인 바르셀로나, 인천~캄보디아 프놈펜, 인천~팔라우, 인천~호주 시드니, 부산~중국 칭다오 등 노선에서 100% 독과점이 발생한다.

이 중 미국·일본은 항공 자유화 국가로 별도의 운수권이 존재하지 않지만, 유럽 연합(EU)과 중국은 사정이 다르다. 해당 국가와 한국 정부가 협정을 맺어 운수권을 배분하고 이를 항공사에 다시 나눠주는 형태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가진 EU·중국 중복 노선은 반납 받은 뒤 다른 항공사에 나눠 줄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는 M&A로 인해 발생하는 독과점을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대한항공 또한 이를 순순히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수천억원에 이르는 아시아나항공의 영업 적자를 해소하려면 양사가 몸을 합쳐 각종 비용을 줄여야 하는데, 운수권을 반납할 경우 M&A 효과가 퇴색되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 은행인 KDB산업은행도 대한항공에 매각을 결정하며 "양사가 합병할 경우 인천국제공항의 슬롯 점유율이 확대되면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될 것"이라는 청사진을 그렸지만, 공정위 구상에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대한항공이 밝혔던 '세계 10위권 항공사'의 꿈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M&A를 자진해서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문제는 또 있다. 공정위가 조건부 허용하고, 대한항공이 운수권 반납 조치를 받아들이더라도 미국·EU·중국·일본 4곳의 경쟁 당국으로부터도 기업 결합 승인을 받아내야 한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EU의 경쟁 당국인 집행위원회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며 다른 나라 기업끼리의 M&A에 훼방을 놓은 사례가 많아서다.

실제로 EU 집행위는 지난달 13일(현지 시각)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 지주사)과 대우조선해양 간 기업 결합을 불승인해 무산시켰다. 지난해 4월에는 캐나다 1위 항공사 에어캐나다-3위 에어트랜샛 간 M&A가 EU 집행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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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