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폐지 반대' 박범계 법무부 업무보고 미뤄
지난 24일 예정됐던 업무보고 오는 29일 진행돼
박범계 "천착했던 과제…의견 달라도 듣고 지적을"
윤석열 당선인의 사법공약에 이견을 보여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로부터 한 차례 업무보고 일정이 유예된 박범계 장관의 법무부가 기존 입장을 고수할지 주목된다.
2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오는 29일 오후 인수위에 업무보고를 한다. 박 장관이 윤 당선인 공약에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이유로 지난 24일로 예정됐던 업무보고를 한 차례 유예했던 인수위는 법무부 업무보고 일정을 이날 다시 확정해 밝혔다.
검찰총장 퇴임 후 정치권으로 직행해 대권을 거머쥔 윤 당선인은 법무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를 사법 분야 공약 전면에 내세웠다.
검찰총장 시절 법무부 장관이었던 추미애 전 장관이 '채널A 사건' 수사지휘에서 자신을 배제하는 등 두 차례에 걸쳐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마찰했던 경험이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법무장관 수사지휘권을 통해 검찰을 민주적으로 견제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보다는 정권에서 임명한 정치인 장관이 검찰 수사의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더 무게를 두고 이 같은 공약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검찰에) 독립적 권한을 주는 게 더 중립에 기여한다고 생각한다"며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 관철 의지를 거듭 분명히 밝히고 있다.
박 장관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무보고 전날 법무부 출근길을 취재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을 회의실로 부른 박 장관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위해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 장관은 검찰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는 입장을 밝힌 것인데, 인수위는 이를 '무례하고', '부적절한' 언행으로 받아들였다. 이런 와중에 대검찰청은 수사지휘권 폐지 등 윤 당선인 공약에 '깊이 공감'하고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확인하며 차기 정권에 코드를 맞췄다. 박 장관이 더욱 수세에 몰리는 형국이 됐다.
윤 당선인은 법무부가 업무보고에서 어떤 입장을 밝히든, 개의치 않고 대선 때 제시한 공약을 그대로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수사지휘권 폐지 외에도 검찰에 독자적 예산편성권을 부여하고,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법 개정에 시간이 걸릴 것 같으면 훈령을 개정해서라도 실행에 속도를 내겠다고 할 정도로 확고한 자세를 보인다.
사실상 답이 정해진 상황에서 법무부는 업무보고를 해야 하는 셈이다. 박 장관은 인수위로부터 업무보고 유예를 통보받은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을 '갈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현실적 한계를 인식하면서도, "정치적으로 말씀드리는 게 아니라 제 나름대로 천착했던 과제들에 대한 이야기"라며 그간의 언행이 정치적 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 장관은 또한 "의견을 달리하더라도 들어보고, 거기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지적해주고"라고 말했다. 업무보고에 수사지휘권 폐지에 반대하는 기존의 입장이 담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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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이병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