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무실 아래까지 마중 나온 文대통령…尹당선인 '극진 예우'

1년 9개월만에 대면한 文…엷은 미소로 尹에 악수
상춘재까지 걸으며 경내 설명…"정원 너머 헬기장"
文대통령 "매화꽃이 폈다"…尹 "정말 아름답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윤석열 당선인과의 만찬 회동을 위해 집무실 밑까지 마중나가 기다리는 것으로 극진한 예우를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58분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여민1관 3층에서 1층까지 내려와 윤 당선인 측 일행을 직접 맞이했다.

문 대통령이 회동 장소인 상춘재가 아닌 여민1관에서 직접 윤 당선인을 맞이한 것은 극진한 예우의 뜻을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통상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진행됐던 과거 당선인 회동 당시 현직 대통령은 2층 집무실에서 1층 로비까지 내려와 당선인을 맞이하는 것이 관례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김대중 당선인을 맞이할 때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무현 당선인을 맞이할 때도 본관 1층 로비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초청 차담회 때는 집무실과 상춘재 사이 공간인 녹지원에서 만나 상춘재까지 함께 걸어갔었다.

회동 시간 1분 전 윤 당선인을 태운 차량이 문 대통령 앞에 멈췄다. 윤 당선인은 차에서 내리면서 문 대통령에게 가볍게 목례했다. 문 대통령은 엷은 미소로 악수를 청한 뒤 두 손을 맞잡았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함께 온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과도 차례로 악수했다. 윤 당선인과 장 실장은 문 대통령과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각각 악수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남색 정장에 흰 셔츠, 푸른색 줄무늬 넥타이를, 윤 당선인은 같은 남색 계열 정장에 흰 셔츠에 엷은 핑크색 계열 넥타이를 착용했다.

윤 당선인은 여민관을 등지고 걸으면서 "이쪽 어디에서인가 회의한 기억이 난다"며 "대통령 모시고 그 때 저걸 했었나"라고 말했다. 1년 9개월 전 검찰총장 신분으로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했던 경험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회의는 여민1관에서 열렸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녹지원 잔디밭을 가로질러 회동 장소인 상춘재까지 함께 걸었다. 문 대통령은 함께 걷는 동안 윤 당선인에게 청와대 경내를 직접 설명했다.

녹지원을 가리킨 문 대통령은 "우리 최고의 정원"이라며 "이쪽 너머가 헬기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춘재 오른쪽을 가리키며 "저기 매화 꽃이 폈습니다"고 설명하자, 윤 당선인은 "네. 정말 아름답습니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상춘재 현판을 가리키며 "아마 항상 봄과 같이 국민들이 편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라고 했고, 윤 당선인은 "네"라고 짧게 답했다.

윤 당선인은 상춘재 왼쪽에 핀 산수유 나무를 가리키며 "저건 무슨 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이 "산수유에요"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는 한옥 건물이 없기 때문에 여러모로 상징적 건물이다. 여러 행사에 사용하고 있다"며 상춘재에 대해 설명했다.

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다섯 차례 이뤄진 역대 대통령-당선인 간 회동은 주로 청와대 백악실 또는 청와대 관저를 벗어난 적이 거의 없다. 상춘재(常春齋)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국내·외 주요 외빈을 맞이하거나 여야 정당대표 회동 자리에 전통한옥 공간인 상춘재를 활용해왔다. 2017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방한, 여야 대표 회동, 기업인 초청 간담회 등 주요 일정을 상춘재에서 소화했다.

반면 과거 당선인 회동 장소로 활용됐던 백악실은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 등의 행사에서 사후 환담 장소로 주로 이용했다.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만찬 정도만 백악실에서 이뤄졌다.

이날 만찬 회동의 장소로 상춘재를 택한 것은 협치와 윤 당선인을 예우한다는 상징성을 담고 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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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부장 / 염선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