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재판서 '김건희' 등장…"주가방어에 계좌 이용"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재판에서 김건희 언급
'자전거래' 의심 내역에도 김건희 계좌 등장
주가방어를 부탁하자…"김건희 계좌로 매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의 공판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이름이 언급됐다. 김 여사 명의 계좌가 권 전 회장 일당의 주식거래에 이용됐다는 취지다.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 전 회장 등 9명의 5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권 전 회장과 함께 기소된 A씨가 변론에서 분리돼 증인석에 섰다. A씨는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해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A씨가 B(공범 혐의를 받지만 도주해 기소 중지된 인물)씨와 나눈 문자메시지 대화를 근거로 A씨 등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관리한 정황을 물었다. 이 과정에서 사용된 계좌의 주인으로 김 여사의 이름이 등장했다.

A씨는 B씨에게 '3300원에 8만주를 매도하라'고 연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당시 호가창을 검찰이 분석한 결과 김 여사 명의 계좌에서 같은 양의 주식이 매도됐고, B씨 등이 이 주식을 매수했다고 한다. 검찰은 자전거래라고 의심하고 있다.

'자전거래'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매도하면 자신의 팀이 이를 다시 매수하는 거래를 말한다. 자전거래를 하면 통상 거래량이 많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이 이 주식을 매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또 시간이 지나 검찰이 의심하는 주가조작 의혹의 말기인 2012년 7월께에는 A씨가 권 전 회장에게 문자메시지로 '(주가를) 방어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검찰이 확보한 호가창에는 김 여사가 1만주를 매수한 것으로 기록됐다.

A씨는 이를 두고 '주변 계좌를 이용해 권 전 회장이 주가를 방어해주려고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권 전 회장이 주가조작 선수 이모씨를 통해 A씨에게 '주변사람 이름으로 사겠다'고 전달했고, 이를 실행해 옮겼다는 것이다.

다른 날에도 김 여사 명의 계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 1500주가 거래된 것으로 조사됐는데, A씨는 이를 두고 "제가 (주가방어 부탁) 문자를 보냈으니 샀을 것"이라며 "(거래 규모상) 큰 의미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A씨가 진행한 것으로 주장하는 블록딜 매도 현황에서도 김 여사 명의 계좌가 언급됐다. 블록딜은 주식 보유자가 사전에 매수자를 구해 주식 다량을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팀에 '전주'(錢主)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다만 현재까지 김 여사 명의 계좌가 주가조작 혐의 일부에 사용된 것까지만 법정에서 확인됐다. 검찰은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검찰은 주가조작에 적극 개입해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했다고 볼 수 있는 인물들을 추려서 5명은 구속기소했고, 시세조종 주문을 낸 혐의를 받는 4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그외 일부 가담자들은 약식기소했고, 이 사건은 정식재판에 회부됐다

권 전 회장 등은 공모해 201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인위적 대량매수세를 형성해 주식 수급, 매도 통제, 주가 하락 시 주가 방어 등의 방법으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상승시켜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권 전 회장이 ▲엑시트(EXIT) 확보 ▲대규모 자본 조달 ▲시세차익 확보 ▲반대매매 방지 등을 이유로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해 100억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얻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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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