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제어 남은 카드…세컨더리 보이콧·확장 억지력 강화

유엔 안보리, 중러 거부권에 제재 불가
미국 독자 제재, 확장 억제 등 거론돼
한일 핵무장 압박도 거론되기 시작

국제 사회 차원에서 북한 핵 실험을 제어할 만한 방안이 사실상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대신할 압박 수단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해 채택이 무산됐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변호인을 자처하며 추가 제재를 막고 나서자 미국은 독자 제재를 꺼내들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지난 27일 북한인 1명과 북한·러시아 3개 기관을 대량 살상 무기와 탄도 미사일 개발 지원을 이유로 제재 대상 목록에 추가했다.


전문가들은 유엔 안보리 차원의 제재 조치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우드로윌슨센터 소속 수미 테리 국장은 지난 27일 미국의 소리 방송(VOA)에 북한의 제재 회피 행위, 특히 불법 금융 거래에 협조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기관과 은행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 즉 제3자 제재 확대를 제안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제재 강화법' 등 북한 금융망을 단속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한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게 수미 테리 국장의 조언이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은 이 방송에서 부결된 결의안에 포함된 북한 담배 수출 제한을 거론했다. 그는 "북한은 세계 담배 암시장의 주요 공급원으로 이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올린다"며 "미국과 한국, 일본 등 동맹과 파트너들이 이를 제한할 수 있는 독자적인 방안을 제안하고 이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반도 안보 전문가인 브루스 벡톨 안젤로주립대 교수는 VOA에 동맹국과 군사적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북한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한 연합 군사훈련을 2018년 이전 수준으로 확대하고 B-52, B-2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배치하며 북한 인접 비행 등으로 확장 억지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국 일각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을 제기함으로써 중국과 러시아의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최근 "북한과 중러의 셈법을 바꾸지 않는 한 북한은 앞으로도 계속 미 본토를 겨냥한 ICBM(대륙 간 탄도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전술 핵무기와 초대형 핵탄두 개발을 위해 제7차, 제8차 핵 실험을 강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 센터장은 그러면서 "이제 한미일은 북한과 중러의 셈법을 바꾸기 위해 한일의 동시 핵무장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Think the Unthinkable)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만약 중러가 북한의 제7차 핵 실험을 막지 못하고 북한이 제7차 핵 실험을 강행한 후에도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채택을 거부할 경우 미국이 한국과 일본의 핵 보유를 막지 않을 것이고 한국과 일본도 핵 보유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한미일이 고위 당국자 명의로 천명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센터장은 "현재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 구도에서 북중러는 모두 핵무기를 가지고 있지만 한미일 중에서는 미국만 핵을 보유하고 있어 한미일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라며 "그러므로 한일의 동시 핵무장은 한미일과 북중러 간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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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