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이어 '팩스폭탄'까지…친명·비명 갈등 점입가경

윤영찬 "팩스폭탄 피해"…현근택 "이 정도 못 견디나"
이원욱-김남국, 주말새 '수박'·'처럼회 해체' 놓고 설전
'소장파' 이상민 "총선 쫄딱 망해…모임 해체 명령해야"

더불어민주당 내 '친이재명계'(친명계)와 '비이재명계'(비명계) 간 공개적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이재명 의원이 강성 지지자들을 향해 '비호감 지지 활동을 자제해달라'고 촉구했지만, 의원들 간 기싸움은 갈수록 심해지는 모습이다.



이낙연계 친문인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이낙연 전 대표가 미국으로 떠나시자마자, 이 전 대표에 대한 가짜뉴스가 더 기승을 부리며 퍼지고 있다"며 이 의원의 강성 지지층을 직격했다.

특히 윤 의원은 이 의원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받은 '팩스폭탄' 피해를 호소했다.

그는 "지방선거 유세를 마치고 의원회관 사무실에 돌아오니 복합기가 고장나서 문서를 출력할 수 없었다"며 "알고 보니 '수박들 다 죽어라' '이낙연과 수박들 민주당에서 나가라' 와 같은, 저주의 내용을 담은 시꺼먼 문서들이 지방선거 기간 내내 사무실 팩스로 날아든 탓이었다"고 적었다.

'수박'은 당내 친명 성향의 강성 지지층이 비명계 의원들을 공격할 때 쓰는 일종의 은어로,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이다.

또 윤 의원은 같은당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을)이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청와대 출신 국회의원이 울면서 언론개혁에 반대했다'는 취지로 말하며 본인은 저격한 것을 두고는 "이런 분들과 같은 당으로 정치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허탈감까지 들었다"고 정면 비판했다. 이 의원은 당내 초선 강경파 모임인 '처럼회' 소속으로, 친명계로 분류된다.

친명계는 윤 의원의 '팩스폭탄' 호소에 냉랭한 반응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캠프의 대변인을 맡았던 현근택 민주당 전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정도 비난을 견디지 못하면 의원할 자격이 없는 것 아니냐"고 직격했다.

현 대변인은 "대선이 한참 진행중일 때 특정후보를 지지했던 당원들 중에서 후보를 교체하지 않으면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당사 앞에 차량으로 무대를 설치하여 매일 집회도 했고, 저를 조롱하는 자보와 글이 넘쳐났다. SNS에 글을 쓰면 댓글은 장난이 아니었다. 핸드폰 문자, 사무실 전화로 항의가 쏟아졌다"고 적었다.

당시 이재명 후보와 경선에서 맞붙었던 이낙연 지지자들도 상대 진영을 공격했다는 것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말에는 이른바 '수박'을 놓고 친명계와 비명계가 입씨름을 벌였다.

비명계인 정세균계(SK) 3선 중진 이원욱 의원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수박 정말 맛있네요. 함께 하고 계신 분들이 여름엔 역시 수박이 최고라고 하신다"라며 2장의 수박 사진을 올렸다. 당의 강성 지지층들이 이재명 의원의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을 제기한 이 의원에게 '수박'이라고 공격하자, 사진을 올리며 맞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맞서 이재명 의원 최측근으로 불리는 김남국 의원은 같은날 "국민에게 시비 걸듯이 조롱과 비아냥거리는 글을 올려서 일부러 화를 유발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행동 같다"며 맞불을 놨다. 이 의원이 '수박' 사진을 올리며 강성 지지층을 조롱했다는 주장이다.



이를 두고 이 의원은 또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수박도 맛있다고 올릴 수 없는 수박이라고 조롱하는 분들에게 먼저 글 올리심이 낫지 않느냐"며 "이재명 의원이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부탁해도 여전하다. 정치훌리건들을 등에 업고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을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저격했다.


두 의원의 '설전'은 당내 초선 강경 모임인 '처럼회' 해체를 놓고 12일까지 이어졌다.

김 의원은 본인 등이 소속된 '처럼회' 해체 주장이 제기되는 데 대해서 "계파정치로 천수를 누렸던 분들이 느닷없이 계파를 해체 선언하고, 영구처럼 '계파 없다'고 하면 잘못된 계파정치 문화가 사라지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지난 3일 SK계 의원 모임인 '광화문포럼' 해체를 선언한 이 의원이 친명계 계파 해체를 압박하고 있는 것에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를 두고 이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저와 제 주변의 많은 동료 의원들은 처럼회는 이재명 민주당 의원을 지지하는 의원모임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은 이재명 의원의 팬덤 중 일부 정치훌리건이 주도하고 있다. 가장 먼저 정치훌리건을 없애기 위해 나서야 할 분들이 바로 이 의원과 측근 정치인"이라고 모임 해체를 재차 촉구했다.

한편 당내 대표적인 소장파로 꼽히는 이상민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의원과 김 의원관 '수박' 설전을 놓고 "국회의원들의 대화치고는 좀 찌질해 보인다"고 쓴소리를 내놨다.

이어 "이런 식으로 (계파 갈등이) 쭉 가면 다음 총선은 쫄딱 망한다"며 "지금 찌들어 있는 계파가 여기저기 있다. 민평련, 민주주의 4.0, 더좋은 미래, 처럼회 등이 마치 공부 모임 하는 것처럼 둔갑했는데 실질을 계파 모임이다. 해체 명령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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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부장 / 염선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