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차등적용' 격돌…"불가역 폐기" vs "반드시 시행"

최임위 4차 전원회의…업종별 차등적용 본격논의
노동계 "타당성 찾기 어려워…이미 결론 난 문제"
경영계 "한계상황 도달 업종부터라도 올해 시행"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해 16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4차 회의에서 노사가 올해 심의의 쟁점으로 떠오른 '업종별 차등적용' 문제를 놓고 격돌했다.

노동계는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를 이미 결론이 난 문제로 규정하고 불가역 폐기를 주장했다. 반면 경영계는 올해는 반드시 한계 상황에 도달한 업종에 대해 차등적용을 시행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최저임금 심의·의결 기구인 최임위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4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안건 중 하나인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를 논의했다.

업종별 차등적용을 둘러싼 노사 간 신경전은 첫 회의 때부터 있었지만, 본격적인 논의 테이블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종별 차등적용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비판과 함께 그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올해 최저임금 심의의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1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에 따라 차등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영계는 해마다 '숙원'인 업종별 차등적용을 요구해왔다. 다만 실제 적용된 사례는 최저임금제도 도입 첫 해인 1988년뿐이다. 업종별 차등적용은 지난해에도 최임위에서 표결에 부쳐졌으나 부결된 바 있다.

이날 회의에서도 노동계는 이를 근거로 업종별 차등적용에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저임금은 1988년 이후 35년간 전 산업 단일로 계속 적용돼오며 사실상 제도의 근간을 유지해오고 있다"며 "2017년 최임위에서조차 업종별 차등적용의 타당성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고 말했다.

특히 "(최임위는) 특정 업종의 구분적용은 저임금 업종 낙인효과, 노동력 상실 등의 이유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시했다"며 "최저임금 구분적용 시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큰 혼란에 빠지고 수많은 갈등이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구분적용은 불가역적으로 폐기돼야 한다"며 "만약 본건으로 최임위가 다른 활동을 용인해준다면 이를 제도 개악 추진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고, 향후 모든 논의 참여에도 결사 반대할 것"이라고 했다.


불법집회 주도 혐의로 구속된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후임으로 위촉된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이미 2017년 결론이 난 사안을 가지고 해를 반복하며 주장을 되풀이하는 의도는 대단히 악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장을 불안하게 하고 동요와 혼란에 빠뜨려 결과적으로 새로운 사회적 갈등을 양산한 차등적용 주장을 거둬야 한다"며 "민주노총은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해 그 어떠한 논의에도 임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반면 경영계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임금 지불능력을 반영한 업종별 차등적용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업종마다 기업의 지불능력, 생산성 등에서 현저한 격차가 나타나고 있음에도 일률적인 최저임금 적용을 고수해 일부 업종에서 최저임금 수용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올해는 이런 대표적인 업종부터라도 구분적용을 시행해야 할 것"이라며 "최임위에서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업종별 구분적용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고 있지 않다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노동계의 '업종별 차등적용 조항 삭제' 주장에 반기를 들기도 했다.

그는 "현재 (소상공인 어려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구분적용인데도 법에 규정돼 있는 구분적용 자체를 삭제하자는 시도가 있다"며 "이 부분은 정말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용자위원들은 이런 시도에 대해 단호히 거부할 것"이라며 "올해 업종별 구분적용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양측이 팽팽히 맞서면서 이날 업종별 차등적용 문제가 결론이 날지는 미지수다.

노사가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에는 지난해와 같이 표결에 부쳐질 수 있다. 최임위는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 각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다. 다만 일각에선 공익위원들이 중재안을 제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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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