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태어난 후 넘어온 유가족 등은 관련법 없어"
"우리는 낙동강 오리알…법률 공백인데 소송하라고 해"
"국방부도, 보훈처도 우리를 외면…결국 대통령에 호소"
25일 한국전쟁 발발 72주년을 맞은 가운데 국군포로 자녀임에도 유족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이들이 연일 거리로 나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6·25전쟁국군포로유족회(유족회)에 따르면 유족회는 이달 13일부터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연일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를 아버지의 자녀로 인정해달라"고 요구 중이다.
국군포로는 한국전쟁 휴전협상 과정에서 북측에서 국내로 송환되지 않은 국군 실종자를 가리킨다. 정부는 지난 1953년 전쟁에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모두 전사처리하고, 남은 가족들을 국군포로 유가족으로 인정했다.
국군포로의 송환 및 대우에 관한 법률은 귀환포로 또는 대한민국으로 귀환한 억류지출신 포로가족을 등록해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등록 기준은 세부 시행령을 따른다.
하지만 일부 국군포로 자녀들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유가족 지위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북한에서 태어난 후 남한으로 넘어온 유가족 등이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 지위를 받지 못해 국가 지원도 받을 수 없다.
이주은 유족회 사무총장은 "전쟁 당시 돌아오지 못한 국군포로의 부모, 아내들을 배려해서 1953년 국군포로를 모두 전사 처리하고, 남은 가족들을 유가족으로 인정해 줬다"면서 "그 이후에 등장한 우리와 같은 유자녀들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무총장은 "국방부는 유가족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선 국군포로의 송환 및 대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통령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면서 "멀쩡히 살아있는 유자녀들이 지위를 주장하고 있는데, 법이 없으니 정부를 상대로 소송하라는 것이 말이 되냐"고 지적했다.
결국 같은 상황에 놓여있는 국군포로 유자녀 100여명이 모여 유가족 지위를 인정하고 아버지들의 유해를 송환해달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순금 유족회 총무는 "유전자(DNA) 검사 결과 99.9% 이상 일치한다는 결과를 갖고 있음에도 국방부에서는 우리를 추정자식이라고 통보했다"면서 "국방부도, 보훈처도 우리를 외면하고 있으니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 집무실 근처로 와서 호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대한민국이 우리 이야기를 좀 들어줬으면 좋겠다. 우리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듣지 않으면서 6월25일을 기념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대한민국 역사의 큰 비극이자 오점이다"면서 "아버지들의 유해를 송환하기 위한 노력이라도 해달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사연은 제각각이다.
이 총무는 아버지와 남동생이 북한에서 공개 처형당하는 모습을 본 뒤로 10여년 간의 기억을 잃었다고 전했다. 그는 아버지가 알려준 숫자를 가까스로 외우고 있다가 지난 2011년 탈북했다. 국정원에 확인하니 숫자는 군번이었고, 아버지 대신 무공훈장 수훈을 대신 받았다. 그러나 국군포로 유가족 지위는 인정받지 못했다고 한다.
유족회는 7년 전에도 국방부를 상대로 유자녀 지위 인정 촉구 집회를 세 달 동안 벌인 바 있다.
정권이 바뀐 뒤 대통령실 앞으로 다시 모인 이들은 내달 27일까지 대통령실 앞에서 유자녀 지위 인정 촉구 기자회견 및 집회를 계속할 예정이다.
이 사무총장은 "그때까지도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면 계속 대통령실로 나가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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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