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임명 강행에 교육계 반발…"개혁 동력 생기겠나"

전교조 "잘못된 임명, 교육 방향성 상실로 이어져"
교사노조 "바람직한 인간상과 거리…수용 어렵다"
교수단체 "교육 수장에 행정 전문가…무지한 인사"
대학생 "교육 전문성 안 보여…최선의 선택이었나"

유·초·중등 교원단체와 고등교육계 단체들이 4일 임명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대한 '자질 논란'을 거듭 강조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서울교사노동조합(서울교사노조) 등 교원단체들은 이날 오후 잇따라 입장문을 내고 박 장관의 임명을 비판했다.



전교조는 박 장관에 대해 "자질 논란으로 이미 지도력을 상실했다"며 "음주운전 혐의와 이에 따른 선고유예에 대한 해명 없는 사과, 제조 논문 가로채기 및 논문 중복 게재 의혹 등 한국 사회에 만연한 윤리 불감증, 교수 재직 시 조교 에 대한 갑질 논란까지 이제 박 장관의 이력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리 불감증의 당사자인 교육부 장관의 입시 비리 조사 전담 부서 운영, 음주운전 이력 장관의 교육공무원 인사 총괄이 힘을 받을 수 있겠는가"라며 "지도력을 잃은 교육 수장 임명 강행은 교육의 방향성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날 임명을 재가한 윤 대통령을 향해 "교육부 장관 공석이 길어지는 문제보다 잘못된 장관 임명 강행이 더 큰 문제라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며 "박 장관 임명은 교육계에 보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여론과 백년대계 교육을 책임질 교육 수장을 기대하는 교육계의 바람을 짓밟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교육회복, 입시제도 개편 등 산적한 교육개혁 과제를 앞두고 그 추진 동력이 상실된다면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교육부 장관 인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교사노조는 이날 오후 "도덕적 자질 없는 교육부 장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서울교사노조는 "박 장관의 과거 만취 음주운전은 교육부 장관으로서 해서는 안 될 치명적인 전력"이라며 "교육부 장관의 이력은 우리나라 교육이 목표로 하는 바람직한 인간상과 거리가 멀다. 박 장관의 임명은 교육공무원들의 교육부에 대한 냉소주의를 확대시키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적 성향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날 오후 낸 입장문에서 "임명 과정에서 의혹들이 제기되고, 청문 절차 부재로 교육에 대한 소신, 비전을 확인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며 "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직무에 임해달라"고 밝혔다.

이어 "새 정부 교육정책이 고등교육에 집중돼 있다"며 "교육의 근간인 유·초·중등 교육의 중요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현장 고충 해소와 현안 해결을 전격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초·중등 교육계가 박 장관의 후보자 시절 의혹을 근거로 '도덕성'을 문제 삼았다면, 반도체 인력 양성 및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재정 위기 등 현안에 직면한 고등교육계는 박 장관의 '교육 비전문성'을 향후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했다.

김일규 전국대학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도덕성도 문제지만 우리나라 교육 백년지대계를 책임져야 하는 교육부 수장에 어떻게 행정 전문가를 앉힐 수 있나"라며 "교육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을 교육부 장관에 임명한 것은 윤 대통령이 교육에 대해 무지, 무관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다 구체적인 반발을 예고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교수노조에서는 임명에 대해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강력하게 투쟁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김병국 전국대학노동조합 정책실장은 "박 장관이 과거에 우리나라 교육 문제에 대해 확실한 자신의 방향이나 입장, 능력을 보여준 것이 없어서 우려가 크다"며 "장관 업무 수행에 있어서도 그 우려를 안고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대학생 단체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이민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의장은 "사실 박 장관이 교육 전문성이 크게 있는 후보자로는 보이지 않아서, '교육부 장관으로서 최선의 선택이었나'라는 의문은 남아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박 장관을 향해 "최선을 다 해 일로써 해명 이상의 결과를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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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종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