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와 싸울 강한 리더십에 당심 쏠린 결과
사당화·공천학살 우려 속 계파갈등 해소 과제
검·경 수사로 고조되는 '사법 리스크' 대응도 숙제
169명의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새 당대표로 28일 이재명 후보가 선출됐다.
전당대회판 초반부터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강력한 대세론을 형성했던 전대판에 이변은 없었던 셈이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연속 패배의 충격을 딛고 윤석열 정부와 맞서 싸울 강한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야권 내 '원톱' 대선주자인 이 신임 대표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당심 결집 결과로 풀이된다.
전당대회 내내 80%에 가까운 득표율로 압도적 대세론을 형성해 승리를 거머쥔 이 대표이지만 그 앞에 놓인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두 차례 선거 패배 이후 이번 전당대회를 거치며 더욱 심화된 당내 계파갈등을 수습하고 '원팀' 민주당을 만들고 이 대표와 부인 김혜경씨의 사법당국 수사도 방어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대선 이후 이 대표는 패배 책임론 속에서도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친문 등 비명계(비이재명계)의 반발을 샀다. 이는 지방선거 참패로 '이재명 책임론'에 불을 붙이는 도화선이 됐고 당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이재명 불가론'으로 번졌다.
그 결과 비명계 당권주자였던 홍영표·전해철·설훈 의원 등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이 대표에게도 불출마를 압박했지만 이 대표는 끝내 당권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비명계가 그의 면전에서 대선·지선 패배 책임을 지라며 불출마를 요구했지만 이 대표는 당대표 출마가 더 큰 책임을 지는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최근에는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비판을 들었던 당헌 80조의 '기소시 직무 정지' 개정과 '개딸 정당' 논란을 낳았던 전당원 투표 당헌 개정 등으로 친명계(친이재명계)와 비명계 간 갈등의 골은 더욱 싶어진 상황이다.
이 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전당대회 과정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당 운영을 통해 갈등과 분열의 시대를 끝내고 통합의 시대를 확실하게 열어 젖히겠다"며 통합의 메시지를 꾸준히 내 왔다.
당대표 당선 이후 첫 행보로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키로 한 것도 비명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통합 행보로 풀이된다.
이 대표로서는 '어대명' 대세론을 타고 다수의 친명계 최고위원들과 함께 '친명 지도부' 구성에 성공했지만 친문 등 당내 비명계가 여전히 적잖은 세력을 구성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원활한 당 운영을 위해서는 계파갈등 수습이 시급하다.
특히 이번 당대표는 2년 후 치러질 차기 총선의 공천권을 쥐게 되기 때문에 계파갈등을 조기에 수습하지 못한다면 공천학살 우려와 함께 분열의 소용돌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다.
이에 따라 당장 주요 당직 인선 등에서 탕평의 정신을 발휘해 '사당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이 대표도 공천학살 우려를 의식한 듯 "저는 인재를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 다름을 인정하고 똑같은 조건이면 우리 사람을 쓰지만 영향이 있으면 저쪽 사람을 써야 우리 지형도 넓어진다. 성과도 이런 식으로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기 때문에 성과를 많이 낸 것"이라며 당의 시스템 공천에 따라 차기 총선에서 능력 있는 인재가 공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 바 있다.
당 화합과 함께 '사법 리스크' 대응도 중요한 과제다.
이 대표 측은 사법 리스크의 실체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본인과 주변인이 연루된 10여건의 검·경 수사는 전당대회 내내 사법 리스크를 둘러싼 공방을 낳았다.
이 대표는 검찰로부터 대장동 특혜·비리 의혹, 쌍방울그룹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수사 받고 있다. 또 경찰로부터는 백현동 아파트 개발 특혜 의혹,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아내 김혜경 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합숙소 선거 캠프 사용 의혹 등의 혐의로 수사 받고 있다.
이 대표가 거대 야당의 수장이 된 만큼 수사당국의 부담도 커지게 됐다는 게 중론이지만 향후 기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일단 이 대표는 당헌 80조 개정으로 기소시 당 대표 직무 정지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됐다.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는 예외 조항을 기존 윤리심판원이 아닌 당무위원회 의결로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무위는 당 지도부를 비롯해 당 소속 지자체장과 시·도당위원장, 상임위원장 등 100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당무 집행 관련 최고의결기관이다.
친명 지도부가 들어선 만큼 이 대표에 대한 기소가 실제 이뤄질 경우 정무적이고 신속한 판단에 따라 직무정지 예외 조항 적용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직무정지 여부와는 별개로 당대표가 기소되는 것 만으로도 이 대표 뿐만 아니라 민주당을 향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된다면 정치탄압이라는 프레임에 얼마나 많은 여론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대응에만 당력이 집중된다면 '이재명 방탄 정당'이라는 비판도 예상되는 만큼 민생과 대여(對與) 투쟁의 균형점을 적절히 모색하는 것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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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임정기 서울본부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