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친문·친명은 같아"…文 "정치는 1%도 품어야"

이재명 대표, 양산 평산마을 찾아 文 예방
文 "요즘 정부여당 잘 못해…민주당 나서야"
김정숙 "민주당이 잘해야" 덕담…다과 대접
李 "축하 덕담에 민주당 갈 길 조언 해주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29일 취임 후 처음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아울러 계파 갈등과 관련해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 모두 '친문'과 '친명' 간 단합에 입을 모았다.

이 신임 대표는 이날 오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았다. 이날 방문에는 정청래, 고민정, 박찬대, 서영교, 장경태 최고위원 등 신임 지도부와 박홍근 원내대표, 박성준 대변인, 김두관 의원이 동행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탑승한 버스가 사저 앞 도로에 나타나자 인근에서 대기하던 지지자 30여명이 '파란 풍선'을 흔들며 환영했다.

버스에서 내린 이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사저를 향해 걸어가자 '이재명'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의 환호 소리가 한층 높아졌고, 지도부도 허리를 숙여 인사하거나 손을 흔들며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갈옷 상의에 회색 바지를 입은 문 전 대통령도 사저 대문 앞으로 걸어나와 이 대표 일행을 맞이했다. 문 전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내자 지지자들은 "문재인 대통령님 사랑합니다"를 외치며 열광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와 최고위원 한명 한명에게 악수를 나눈 뒤 사저 맞은편 지지자들을 바라보고 한 손을 들어올려 인사를 보냈고, 지지자들도 '이재명', '문재인'을 연호하며 "사랑합니다"고 호응했다.

사저 계단을 오르는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를 반려견 '토리'가 달려나와 맞이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이후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은 1시간 가량 비공개로 차담을 나눴다. 차담 자리에는 배와 유자차가 나왔다.

박성준 대변인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압도적 지지로 당선되셨다"며 "민주당이 일신하고 패배주의에서 벗어나서 이기는 정당으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 그러기 위해선 혁신하고 통합하고 확장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 전 대통령은 "요즘 정부여당이 잘하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며 "따라서 민주당이 이제 나서서 희망과 지지를 얻어야 한다. 민생을 잘 챙겨야 한다. 특히 경제가 점점 어려워지고 전망만 어둡게 됐는데 민주당이 대안을 마련하는 정치로 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친명계와 친문계간 계파갈등을 의식한 발언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그룹과 저를 지지하는 그룹이 같다"고 말했고, 한 최고위원이 "우리 모두는 친문"이라고 호응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99%가 우리가 같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공유하고 있는데 1% 정도가 경쟁이 생겼을 때 앙금이 있는 거 같다. 그러다보니 갈등이 부각되는 면이 있다"며 "그래도 정치는 1%를 품고 가야 한다. 그래야만 민주당이 더 확장되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통합을 주문했다.

또다른 최고위원이 "친명 그룹과 친문 그룹이 같다"며 "'명(明)'자와 '문(文)'자를 따서 '명문 정당'을 만드는 게 바로 민주당이 가야할 길"이라고 말하자 참석자들이 웃으며 공감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평산마을 사저 인근 보수단체 확성기 시위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박 대변인은 "주민들이 상당히 고생이 많았다. 요새는 좀 조용해졌는데 너무나 오랫동안 시위가 있다보니까 주민들이 환청이 들릴 정도로 고생했다는 애기가 서로 있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김정숙 여사도 같이 계셨다"며 "조용히 계셨고, '민주당이 잘 해야 한다'는 덕담을 하셨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기자들이 문 전 대통령과 나눈 대화를 묻자 "축하한다는 덕담을 해주셨고, 또 우리 민주당이 앞으로 갈 길에 대해서 조언도 해주셨다"고 전했다.

다만 이 대표는 경찰이 '백현동 의혹' 고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것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변 없이 현장을 떠났다.

한편 사저 경호구역 밖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드는 보수단체 시위대 10여명의 집회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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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김두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