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제주 직격탄…전력시설·농업분야 피해
80% 복구했지만 1만290가구는 여전히 정전
신고리 1호기 발전기 멈춰…방사선 영향 없어
농업분야 피해, 가용 자원 총동원해 응급복구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남부지역과 제주를 할퀴고 가면서 전국에서 8만9000여 가구의 전기 공급이 끊기고, 원자력 시설 일부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논과 과수원 등 3800여㏊가 물에 잠기거나 낙과하는 등 농작물 피해와 함께 경주에서는 저수지 사면 일부가 유실되기도 했다.
6일 정부와 한국전력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자정부터 이날 오후 3시까지 정전 199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8만9180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부산·울산이 64건(1만7784가구)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구 34건(1만9227가구), 제주 29건(1만8053가구), 광주·전남 26건(1만4209가구), 경남 24건(1만1516가구), 기타 22건(8391가구) 등이다.
이 중 88.5%인 7만8890가구는 복구됐지만, 1만290가구는 아직 정전 중이다. 특히 대구는 송전(복구)율이 50%에 그쳤다. 한전은 연휴를 앞두고 복구를 서두른다는 계획이다.
한전은 태풍 힌남노가 제주도를 지나 한반도로 상륙한 5일부터 24시간 비상상황 관리를 이어왔다. 협력업체를 포함해 모두 6482명의 인력과 저압보수차, 활선작업차, 발전차 등 3538대의 장비를 투입해 태풍 피해를 사전에 대응했다.
원자력 시설 피해도 있었다. 부산 기장군 신고리 원전 1호기 터빈 발전기가 멈추고, 고리 원전의 CC(폐쇄회로)TV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난 뒤 피해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고리·월성·한빛·한울·대전 현장 5개 지역사무소와 점검회의를 가졌다.
신고리 원전 1호기 발전기 정지 외에 직접적인 시설물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한 방사선 영향은 없는 상태이며, 현재 안정 상태를 유지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태풍이 직접 강타한 경북, 경남, 전북, 제주에서는 농업 분야 피해도 속출했다. 농식품부는 정황근 장관 주재로 농업 분야 태풍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신속한 후속 조치를 위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경북, 경남, 전북, 제주에서 벼, 사과, 배 등 3815.2㏊의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2607.5㏊가 침수되고, 538㏊는 바람에 농작물이 쓰러졌다. 669㏊의 낙과 피해와 함께 0.4㏊의 비닐하우스가 파손됐다.
양수기, 배수펌프 등을 긴급 동원해 침수된 농지의 물을 빼고,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광역방제기, 드론, 무인헬기 등 가용장비를 활용해 방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농협을 통해 약제·영양제를 30~50% 할인 공급할 예정이다.
저수지 사면 일부가 유실된 경북 경주시 왕신저수지에는 한국농어촌공사가 긴급안전점검반을 투입해 수위를 낮추고 응급 복구를 추진 중이다. 다른 지역의 추가 피해가 없는지 확인하고, 이후 지반 약화에 따른 2차 피해 예방에도 나선다.
정황근 장관은 "태풍 피해로 응급 복구를 비롯한 필요한 지원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주요 간부들은 피해 현장에 직접 나가 상황을 점검하고 세심하게 챙겨 달라"며 "모든 관계기관이 복구와 지원에 필요한 가용 자원과 재원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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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