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충남자립지원기관 방문…"여러분 투지, 정부가 살리겠다"
"국가가 목소리 못 듣고 내팽개쳐져 있어" 안타까움 표해
"삼성·종교단체 등 지원 보며 정부 대표로서 부끄러운 마음"
자립준비청년 "자립은 정보 싸움…다양한 정보 제공됐으면"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보육원에서 자립하거나 자립을 준비 중인 청년들을 만나 "여기 오기까지 많이 애쓰고 고생했다"고 격려하며 "지금까지 보여준 용기와 투지를 정부가 더 살려드릴 수 있도록 우리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충청남도 아산시의 충남자립지원전담기관을 방문해 자립준비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달 자립준비청년들이 청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잇따르자 정부의 자립지원 정책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이다.
윤 대통령이 이날 방문한 자립지원전담기관은 아동복지시설 및 가정위탁 보호아동 중 보호 종료 후 5년 이내의 자립준비청년에 1:1 관리와 자립지원 통합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곳이다. 충남자립지원전담기관은 삼성전자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협력을 통해 주거공간인 자립생활관을 제공한다.
윤 대통령은 먼저 자립생활관을 둘러보고 "쓰다보면 미흡한 게 있겠지만 제가 볼 때는 거의 최고 수준이 아닌가 싶은데, (전국에 있는 시설들이)다 이 정도면 좋겠지만 실제 현실은 이렇지 못하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대선 당시 자립준비 청소년들에 도시락을 싸주고 어려움을 들었던 일을 거론하며 "같이 음식도 하고 이야기도 들어보니 정말 국가가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고 너무 내팽겨쳐져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만났던 청년의 말도 전했다.
윤 대통령은 "자립 준비를 하는 운동선수를 만났는데 18세가 되면 별 준비없이 돈 500만원 쥐어주고 사회에 나가서 알아서 살아라 한다더라"며 "대부분은 (자립 준비기관과) 소식이 끊겨 관리도 안되고 그러니 우리사회에 정상적으로 적응이 될 수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가 당선이 되면 하루아침에 당장 바꿀 수야 없지만 관심을 가지고 이런 청년들을 잘 좀 살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청년들의 자립을 돕고 있는 삼성전자, 청운대 관계자 등에 감사를 전하며 "이런 좋은 일을 하고 해주시고 종교단체와 학교에서도 관 심갖고 애써주시는 걸 보고 정부 대표자로서 부끄러운 마음"이라고 했다.
또 "정부도 청년들의 미래 준비를 위해 아주 노력을 하겠다"며 "청년들 얘기도 듣고 또 일을 도와주시는 분들의 애로사항 등을 열심히 듣고 가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어 자립준비청년들과 기업·종교·대학 등 민간 관계자 등과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 A씨는 "대학 고학년 때 실습을 나가느라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었는데 자립수당이 나온 덕분에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다"며 경제적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자립준비청년들 사이에선 '자립은 치열한 정보 싸움'이라는 말이 있다"며 "집을 구하고 일자리를 찾는 등 자립 준비 과정에서 다양한 정보가 제공됐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자립준비청년 B씨는 "시설에 살아도 각자 꿈이 있는데 적성과 무관한 곳에 일자리를 소개해줘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민간기업에서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취업 연계 인턴십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한다.
김봉술 한국종교계사회복지협의회장은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은 뒤 "자립준비청년에게 집도 필요하고 수당도 있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생 멘토"라며 "일시적인 멘토가 아니라 인생 전 과정에서 도와줄 가족 같은 멘토를 연결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여기 있는 청년들의 능력과 열정에 국가가 좀 더 기회를 준다면 이들 모두 우리 사회의 소중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며 "자립준비청년들에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게 국가의 역할이자 책임"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 현재 전국 12개 시·도에 설치된 자립지원전담기관을 17개 시·도로 확대하고 소속 전담 인력도 확충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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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김두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