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양측 신뢰관계 훼손…유물 귀환 등 변수 고려"
"중국측, 직원 소통이 원활치 않아 생긴 실수라고 인정"
서경덕 "무례함의 극치…역사왜곡 인정않는 면피 꼼수"
중국 국가박물관이 발해·고구려를 뺀 한국사 연표를 수정하지 않고 통째로 철거하며 '미봉책'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중국 국가박물관은 지난 7일부터 '동방길금(동방의 상서로운 금속)-한중일 고대 청동기전'를 진행하며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이 제공한 한국사 연표에서 발해·고구려를 임의대로 삭제했다. 특히 하단에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이 제공했다는 내용을 표기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같은 사실이 드러난 후 두 차례에 걸쳐 항의 서한을 보내 시정을 하지 않을 경우 전시품의 조기 철수를 강행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 역시 강력 항의했고,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는 시정을 촉구하는 글로벌 캠페인에 나섰다. 중국 측은 15일 중국으로부터 한국사 연표 전체를 철거하겠다는 서신을 보냈고, 이날 전시장에서 한국 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연표까지 모두 철거했다.
하지만 중국 국가박물관이 연표를 수정하지 않고 통째로 철거하며 국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경덕 교수는 중국 측의 이번 조치에 대해 16일 "일반적으로 전시에 사용하는 자료는 제공 기관의 자료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 국제적인 관례"라며 "이번 중국 측의 처사는 그야말로 '무례함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과와 수정을 약속하지 않고 철거만 한다는 것은 역사 왜곡을 인정하지 않고 그저 현 상황을 면피하고자 한 꼼수"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중국의 역사왜곡 및 문화왜곡에 대한 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더 이상 왜곡을 못하도록 체계적인 대응 전략을 세워, 더욱더 당당하게 맞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번 일로 양측간 신뢰관계가 훼손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서 일단 중국 측의 조치에 동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물관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에는 국제전시에 유물을 보낼 때는 박물관 소속 호송관이 원활한 유물 인수·인계를 위해 동행해 유물 상태를 확인하고, 전시장 설치 내용 중 수정할 부분이 있는 지도 확인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측 입국 규제로 중국에 들어가기 위해 길게는 한 달이 소요되는 만큼 이번 전시에는 박물관 측 직원이 현장에 가지 않고 비대면으로 현장을 점검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호송관이 현장에 가지 않은 만큼 비대면으로 화상을 통해 유물의 상태 등을 확인했지만 연표를 놓쳤다"며 "모든 변수를 감안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우리가 준 자료를 충실히 반영해왔고, 그랬기 때문에 믿었던 것"이라며 "앞으로 국제 전시회와 관련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내용 검토를 하는 등 시스템을 전체적으로 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측은 연표 철거의사를 알리며 직접적으로 유감을 표명하지는 않았다. 다만 "직원간의 소통이 원활치 않아서 생긴 자신들의 실수"라고 표현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우리 유물이 해외에 나가있는 상황인 만큼 박물관으로서는 유물의 안전한 귀환 문제, 더 큰 훼손 가능성 등 여러가지 변수를 고려해야 했다"며 "더이상의 파국을 막기 위한 일련의 절충으로 봐달라"고 했다. 이어 "전시가 3주밖에 안 남았는데 10월1일부터 7일까지가 중국 국경절 연휴라 현실적으로 수정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현실성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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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차장 / 곽상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