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화공작 피해자들 "김순호 경찰국장 의혹 규명해달라"

'김순호 파면 국민행동' 1차 보고회 열려
"유대 관계 김순호 선배가 절대적" 증언
"국가, 피해자 치유 과정에 책임 보여야"

이른바 '밀고 특채 의혹'이 제기된 김순호 경찰국장의 퇴진을 주장하고 있는 녹화공작 피해자들이 국회에서 철저한 진상 규명과 국가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김순호 파면, 녹화공작 진실규명 국민행동'은 23일 오후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1차 보고회를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김란희 심산연구회 전 회장은 "김순호 회장 다음으로 회장을 맡았었다"며 "유대 관계나 신뢰감 같은 것이 81학번 선배 중에서는 김순호 선배가 절대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강제징집됐던 김 국장이 휴가를 나와 후배들과 만남을 이었고,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써클 걱정과 궁금함이 많았을 거라고 당연히 생각해 운영상황을 이야기했고, 이후 82학번은 누가 남고, 무엇을 학습할 것인지 들려준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 활동이 프락치였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강제징집된 선배와 달리 적극적으로 후배를 찾았고, 학생운동을 탄압하는 정보로 활용됐다는 것에 있어 피해는 광범위하고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며 "민주화 운동을 하도록 하고 끌어줬던 분이 조금의 책임감이나 양심의 가책 없이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제징집된 피해자들이 그냥 개인의 상처와 아픔으로 이것을 가지고 가기보다는 국가가 사과를 해야 한다"며 "이분들의 치유 과정에 좀 더 책임 있는 모습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에서 활동한 이성우씨는 "재심 결과 인노회는 이적단체가 아니라고 최종 판단돼 이적단체 굴레에서 벗어났지만 인노회 사건 관련자들은 김순호 국장이 대공 특채가 돼 참담하다"며 "특채 후 다양한 상을 받고 고속 승진을 했는데 80년대 공안사건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불법징집 녹화공작 피해자인 이종명씨도 "김순호 경찰국장과 동기인데, 똑같은 시대 그런 일을 당했다고 생각한다"며 "거기에 협조하면서 경찰이 되고 고위직이 돼 다시 젊은 날 상처를 되돌릴 수 있다는 게 소름 끼치게 아프다"고 전했다.

이날 보고회는 김 경찰국장에게 참석을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은 "본인이 결백하면 나와서 당당하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해식 의원은 "과거 고통스러운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는 중요한 디딤돌을 놓는 보고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김 경찰국장은 본인을 둘러싼 의혹들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그는 국회 출석 등을 통해 "주체사상에 대한 염증과 두려움 때문에 전향했다"며 제기된 의혹이 악의적이라는 취지로 해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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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