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전기·가스요금 줄인상…가구당 월 7670원 부담↑

내일부터 전기료 7.4원 인상…4인 가구 월 평균 2271원↑
주택용 가스 요금 15.9% 인상…가구당 월 평균 5400원↑
4분기 물가 상승 우려…정부 10%절감 에너지 정책 추진

 10월1일부터 전기와 가스 요금이 모두 오른다. 새로 적용되는 요금에 따라 가구당 평균 7670원가량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고환율·고물가 상황, 에너지 공기업 적자 등을 고려해 공공요금이 인상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추가 물가 상승 우려가 제기된다.



◆내일부터 전기료 7.4원 인상…4인 가구 월 평균 2271원↑

한전은 다음 달 1일부터 주택용과 산업용, 일반용 등을 포함한 모든 소비자의 전기요금을 ㎾h당 2.5원 인상한다고 30일 밝혔다.

여기에 지난해 결정한 10월 기준연료비 잔여 인상분 ㎾h당 4.9원을 포함하면 4분기 전기요금 인상분은 ㎾h당 총 7.4원이 된다.

이에 따라 다음 달 1일부터 적용되는 4분기 전기요금은 4인 가구 기준(월 평균 전력량 307㎾h)으로 약 2271원 증가할 예정이다.

아울러 대기업 등 대용량 사용자에 대한 전기요금 차등 인상도 이뤄진다.

4㎾ 이상 300㎾ 미만 사용자용인 '산업용 갑', '일반용 갑' 요금은 ㎾h당 2.5원만 조정되지만, 300㎾ 이상 대용량 전기요금인 '산업용 을'과 '일반용 을'은 ㎾h당 2.5원에 추가 인상분이 적용 된다.

300㎾ 이상 사용자 대상 '산업용 을 고압A'(표준전압 3300V~6만6000V)와 '일반용 고압A'(표준전압 3300V~6만6000V) 요금은 전체에 적용되는 ㎾h당 2.5원에 4.5원이 추가돼 ㎾h당 7원이 오른다.

'산업용 을 고압B'(표준전압 15만4000V 이상), '산업용 을 고압C'(표준전압 34만5000V 이상), '일반용 을 고압B'(표준전압 15만4000V 이상)은 ㎾h당 2.5원에 9.2원이 추가돼 ㎾h당 11.7원이 인상된다.

이번 300㎾ 이상 대용량 사용자 전기요금 인상으로 반도체, 자동차, 철강, 정유, 석유화학, 시멘트, 제지, 발전 등 에너지 다소비 기업의 부담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1일부터 영세 농·어민을 보호한다는 취지에 맞게 대기업의 농사용 전력 적용도 제외하기로 했다. 농사용 전력 제외 대상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기업집단이다.


아울러 내년 1월1일부터 ▲경부하 ▲중간부하 ▲최대부하로 나뉜 계절별, 시간대별 요금 구분 기준도 일부 변경된다. 최대부하 시간대에 전기를 사용하면 다른 시간대보다 더 높은 전기요금 단가를 적용받는다.

경부하·중간부하·최대부하 시간대 비율을 현행과 동일하게 10 : 8 : 6 비율로 유지되지만, 시간대는 최근 5년간 전력사용 변화를 반영해 일부 조정된다.

전기 요금이 지난 4월에 ㎾h당 6.9원, 7월에 5원 인상된 데 이어 다음 달에도 7.4원이 추가 인상되면서 취약계층 부담 완화 조치도 이뤄진다.

한전은 지난 7월부터 적용 중인 복지할인 한도 40% 확대를 연말까지 연장해 취약계층 요금 부담을 약 318억원 추가 경감하기로 했다.

장애인·유공자·기초수급자·차상위계층·대가족·3자녀·출산가구 등 336만 가구가 받는 상시 복지할인(8000원~1만6000원)에 월 최대 6000원 추가 할인으로 최대 207 ㎾h까지 전기요금을 전액 지원할 예정이다.

사회복지시설은 할인 한도 없이 전기요금 인상분의 30%를 할인해 부담을 완화한다.

이 밖에 한전은 뿌리기업 고효율 기기 지원금 단가를 1.5~2배, 지원기업 수를 3.5배 이상으로 확대하고 전력 다소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효율 향상 컨설팅과 소비효율 개선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주택용 가스 요금 15.9% 인상…가구당 월평균 5400원↑

전기 요금과 함께 다음 달 1일부터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도 15.9% 오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다음 달 1일부터 민수용(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요금을 서울시 소매 요금을 기준으로 메가줄(MJ·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2.7원 인상한다고 30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12월 천연가스 공급 규정 개정을 통해 확정된 정산단가(MJ당 0.4원)에 기준원료비 인상분(MJ당 2.3원)을 더한 결과다.


정부는 올해 5월 민수용 가스 요금을 1.23원(가구당 월평균 2450원) 올린 데 이어, 7월에도 1.11원(가구당 월평균 2220원)을 인상한 바 있다. 이번 인상 폭은 기존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다음 달 요금 인상에 따라 주택용 요금은 현행 MJ당 16.99원에서 19.69원으로, 음식점 등에서 사용하는 일반용(영업용1) 요금은 16.60원에서 19.32원으로 각각 조정된다.

인상률은 주택용 15.9%, 일반용 16.4% 또는 17.4%(영업용2)다. 서울시를 기준으로 연중 가구당 평균 가스요금은 월 3만3980원에서 3만9380원까지 오르게 된다. 가구당 월평균 5400원가량 증가하는 것이다.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유럽 가스 공급 차질로 액화천연가스(LNG) 국제 가격이 높은 추세를 유지하고, 최근 환율이 1400원대까지 급등하면서 요금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도시가스 요금은 LNG 수입단가에 연동해 산정하는데, 천연가스 현물가는 동북아 LNG 현물가격(JKM) 기준으로 지난해 1분기 100만Btu(열량단위) 당 평균 10달러에서 올해 3분기 47달러로 4.7배 폭등했다.

최근 불어난 민수용 미수금도 요금 인상을 결정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미수금은 가스공사가 원가 이하로 민수용 가스를 공급하면서 수입 LNG 대금 가운데 요금으로 회수하지 못한 손실 금액을 뜻한다.

지난해 말 기준 1조8000억원 수준이었던 가스공사의 미수금(손실금)은 올해 2분기 기준 5조1000억원으로 약 3.5배 급증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수금이 지나치게 누적될 경우, 동절기 천연가스 도입대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천연가스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필요 최소한 수준에서 가스요금 인상을 불가피하게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4분기 물가 상승 우려…정부 10% 절감 에너지 정책 추진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 추진은 한전 적자와 가스공사 미수금 문제, 에너지 가격 폭등, 고물가·고환율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더 이상 요금 인상을 미루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10월 물가 정점론'이 대두되는 상황이지만 공공요금 인상 시기를 놓칠 경우 나중에 더 큰 부담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공공요금 인상을 통해 에너지 효율 개선, 에너지 절약 등 유인을 제공하지 못할 경우 추가 에너지 수입을 유발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날 오전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수요 효율화를 유도하고, 공기업의 재무건전성 악화에 따른 안정적 공급기반 훼손을 막기 위해서는 가격 기능의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장관은 "내년부터는 원가요인을 반영해 단계적으로 요금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추가적인 공공요금 인상을 통해 에너지 수요 관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올겨울 전체 에너지 사용량 10% 절감을 목표로 하는 '에너지 다이어트' 등 에너지 절약 정책을 병행해 수요 효율화를 최대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대책에 따라 정부·공공기관 등은 앞으로 건물 난방온도를 18도(℃)에서 17도로 제한하고, 겨울철 전력 피크 시간대에는 난방기를 순차적으로 정지하게 된다.

온풍기, 전기히터 등 개인 난방기 사용을 금지하고, 업무시간은 3분의 1 이상, 비업무시간·전력피크 시간대 2분의 1 이상 실내 조명을 소등한다. 기념탑 등 경관 조명도 끈다.

또 에너지를 절약한 만큼 현금으로 돌려주는 '에너지 캐쉬백' 사업을 확대 시행하고, 에너지 다소비 기업과는 자발적 효율 혁신 협약을 체결한다. 지자체와 에너지 다소비 건물 효율 개선도 추진한다.

민간의 효율 혁신 투자 강화를 위해 기업 지원도 확대해 에너지 절약시설 투자, 효율 향상을 위한 핵심 기술 개발에 대한 세제 지원을 늘리고 중소기업의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한 자금 지원, 기술 개발 지원 등도 나선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공부문부터 비상한 각오로 에너지 절약을 시작해 민간의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 문화로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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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