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일대일로 구상에 동북아 편입될 수도…"향후 정세 새 변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달 초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밝힌 '대운하건설'에 중국이 참여한다면 동북아의 지정학-지경학적 구도에 새로운 변수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3일 통일연구원에 따르면 황진태 부연구위원은 '김정은의 동서해 연결 대운하 구상의 발표배경 및 예상경로 추정' 보고서에서 "중국으로선 중국 선박들이 동해로 직접 연결될 수 있는 대운하 건설에 참여하려는 동기가 충분할 것"이라며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중국은 대운하를 계기로 동북아를 일대일로의 공간적 범위 안으로 끌어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8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나라의 동서해를 연결하는 대운하건설을 비롯한 전망적인 경제사업들에 대한 과학적인 타산과 정확한 추진계획을 세울 것"이라며 동서해 연결 대운하 구상안을 처음 공개했다. 다만 그는 대운하 위치나 착공 시기 등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 이전에도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대운하 건설을 언급한 적이 있지만 대운하 구상을 공개석상에서 "반드시 성공하겠다"며 가시화, 공론화시킨 것은 선대 북한 지도자들과 차별화된 행보라고 보고서는 언급했다.
황 부연구위원은 "대운하 사업구간 및 일정을 포함한 상세한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본격 논의를 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으나,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에 미칠 지정·지경학적 파급력을 감안하면 대운하 계획에 관한 합리적 추정은 유의미한 시도"라고 짚었다.
이어 "자력갱생 노선 속에서 대규모 인프라 건설 추진에 필요한 자본, 장비, 기술, 인력 확보가 쉽지 않은 북한은 다른 국가들의 참여를 타진할 가능성이 있다"며 "동해 진출이 숙원사업인 중국의 참여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봤다.
보고서는 무엇보다 "동북아의 지정학-지경학적 구도상에서 대운하가 새로운 변수로 급부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동북아 지역이 편입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서다.
대운하의 예상 경로로는 황해북도 송림시에서 연탄호를 지나 황해북도 신계군에 도달하는 경로와 재령강에서 시작해 사리원시를 지나 신계군에 도착하는 경로를 꼽았다.
다만 황 부연구위원은 "동서해 연계 대운하 사업은 지형학적 난점과 산맥을 관통하는 터널 및 고저차를 극복할 고도의 기술력과 장비, 자본,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사업의 실현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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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이병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