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제궁서 3시간여 오찬 회담
마크롱 "독·프 뭉쳐야…진정한 융합"
독일 자국 우선주의 불만 속 개최
"회담 건설적", "훌륭·중요한 회의"
에너지·국방·경제 워킹그룹 구성키로
유럽 자동차 강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유럽 대륙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혜택을 주는 이른바 '유럽식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해 논의했다고 AP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내 생산 전기차에만 세금 공제 형식으로 보조금을 주는 미국의 IRA에서 착안한 것으로, 한국의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통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3시간여에 걸친 오찬 정상회담 중 이 같은 방안에 대해 논의했으며, 상당한 의견 일치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담 내용은 구체적으로 전해지지 않았었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자국 언론 인터뷰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2 TV' 인터뷰에서 숄츠 총리와 미국의 IRA 모델에 따라 유럽인들이 (유럽) 대륙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구매하는 것을 장려하기 위한 세금 공제 아이디어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자동차 강국인 양국이 "함께 뭉쳐야 한다"면서 이 방안을 진전시키는 것에서 숄츠 총리와 "진정한 (의견) 수렴(true convergence)"을 봤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나는 유럽이 열린 수퍼마켓이라고 믿지 않는다"며 "우리는 우리 산업을 보호하고 유럽에서 만들어진 자동차에 대한 지원 장치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주에도 이를 지지하는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지난 17일 '파리 국제 모터쇼' 방문을 앞두고 미국 IRA처럼 유럽에서 생산한 차량에 보조금을 주는 것을 "강하게 지지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이른바 원자재법(RMA) 도입을 추진 중이다. 전략적 핵심 원자재 밸류체인을 강화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이 골자다.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한국도 배터리 등 관련 업계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U는 법안 초안을 내년 1월 발표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숄츠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 만남은 유럽 국방과 에너지 정책을 두고 이견이 분출된 가운데 이뤄졌다. EU 일부 회원국은 독일이 유럽보다 자국 국익을 위해 더 노력하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주 EU 정상회의 전 "독일이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것은 유럽에도 독일에도 좋지 않다"고 꼬집기도 했다.
프랑스는 러시아산 가스 공급 중단·감소에 따라 천연가스에도 석유와 같이 가격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지만 독일은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독일 정부가 EU와 조율 없이 자국민에게 약 2000억 유로 규모의 에너지 보조금을 지급키로 한 것에 대해서도 반발이 있다.
독일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도 너무 느리다는 지적이 나온다. 폴란드와 발트 국가들은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EU 회원국 후보국 지위를 부여하는 것에 주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다만 양국 정상은 이날 에너지, 국방, 경제 등에 대해 논의했으며 건설적인 회담을 했다고 밝혔다.
숄츠 총리는 회의 후 "매우 훌륭하고 중요한 회의"라면서 "독일과 프랑스는 긴밀히 협력하고 함께 도전을 처리하고 있다"고 트윗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건설적인 회담"이었다면서 중장기적 이슈에 대해 "긴밀한 업무 관계를 구축키로 했다"고 환영했다. 그에 따르면 양국은 에너지, 국방, 혁신 3개 핵심 분야에 대해 워킹그룹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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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