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공공재 강조한 尹...금융개혁 신호탄되나

윤 대통령 "은행은 공공재" 강조
금융당국, 금융개혁 본격화할 듯
인사·성과시스템 투명하게 개선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은 공공재'라고 강조하면서, 정부의 전방위적인 금융시스템 개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인사·성과시스템을 대폭 개선하고, 횡행하는 금융사고와 관련해 최고경영자(CEO)의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사에 특별대손준비금을 요구하는 등 건전성을 중시하는 고강도 리스크 감독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의 업무보고를 받은 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를 직접 언급했다. 특히 은행은 공공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은행은 국방보다도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이고, 국가 재정시스템의 기초"라며 "민간 은행에 손실이 발생하고 문제가 생기면 결국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완전 사기업과는 분명히 구별되는, 일정 부분의 공공재라는 점을 모두 함께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회사를 포함해 소유권이 분산된 주인없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선진화될 필요성이 있다"며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지배구조를 제도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보다 깊이있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또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시장 내 도덕적해이와 금융사기 근절이 중요하다"며 "이를 엄단해 시장참여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금융당국 수장들이 내놓은 금융권을 향한 고강도 발언과 궤를 같이한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횡령·불완전판매 등 금융사고에 대해 엄중 대응하겠다고 했다. 또 CEO가 금융사고를 직접 책임져야 하며, 우호세력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CEO 선출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어려운 경제상황에 역행하는 은행들의 이자장사, 성과급 잔치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사회공헌을 강조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힘을 실으면서 이같은 금융당국의 금융개혁 행보는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법 개정을 통해 불투명한 금융사의 인사시스템과 성과 보수체계를 대대적으로 수술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중대금융사고 발생 시 CEO를 직접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하고 있다. 건전성을 더욱 강화할 수 있도록 특별대손준비금도 도입 중이다.

다만 정부의 금융개혁과 관련해선 금융권 의견은 분분하다. 정부와 마찬가지로 은행을 공공재로 보는 시각이 있으나, 일각에선 과도한 공공성 강조로 시장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A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한국은행에서 발행하는 통화를 유통하고, 정부로부터 라이센스를 받는 곳이므로 공공재가 맞다"고 말했다. 반면 B은행 관계자는 "공공재라는 개념과 관련해 금융사 주주들이 부담스러워할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얼라인파트너스도 4대 금융지주에 현금배당을 강화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정부의 방향에 크게 반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정부가 금융사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기 위해 지배구조를 대대적으로 수술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B은행 관계자는 "관료 출신 후보자가 우리금융지주 유력 후보로 나오면서 정부의 거버넌스 개선에 대한 명분이 벌써 퇴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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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