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잔재 '인감' 대신 서명…2028년까지 발급수수료 무료

행안부, 본인서명사실확인법 시행령 개정 추진
매년 2100만여 건씩 발급, 수수료 1통당 600원
"그간 인감 대체 효과 미비…인지도 향상 기대"

정부가 오는 2028년까지 본인서명사실확인서 발급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일제의 잔재인 인감증명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17일 당국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본인서명사실 확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오는 27일까지 각계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이 개정안은 본인서명사실확인서 발급 수수료를 2028년까지 한시적으로 무료화하고 발급 기관과 수수료 면제 대상을 확대하는 게 골자다.

본인서명사실확인서는 일제의 잔재이자 위조·도용 위험이 있는 인감의 대체 수단으로 2012년 도입됐다.

하지만 인감이 일제강점기 때부터 100년 넘게 사용돼 익숙해진데다 행정기관의 무관심으로 본인서명사실확인서 발급·이용이 활성화되지 못했다.

지난 2020년 말 인감 신고 건수는 4014만3799건으로 사상 첫 4000만건을 돌파한 데 이어 2021년에는 더 늘어 4051만1760건에 달한다. 매년 발급되는 인감증명서만도 2100만여 건 된다.

반면 지난 2021년 본인서명사실확인서 발급 건수는 217만6772건으로 인감증명서의 고작 10% 수준이다.

이에 정부는 현재 1통당 600원인 본인서명사실확인서 발급 수수료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면제 시한은 2028년까지다.

발급 수수료 면제 대상도 국가 유공자 등의 부모 중 1명에게만 면제하던 것을 부모 모두에게 제공하도록 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정하는 경우에도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국민의 행정편의를 제고하기 위해 발급 기관과 신분 확인 방법을 확대하기로 했다.

미성년자가 본인서명사실확인서 발급을 신청할 수 있는 기관에 동(洞) 행정복지센터와 출장소를 추가했다. 기존에는 관할 시·군과 읍·면사무소에서만 가능했었다.

본인서명사실확인서 발급 신청 시 '주민등록확인서비스'를 이용해 신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주민등록증으로만 신분을 확인한다.

아울러 본인서명사실확인서와 전자본인서명확인서 발급 시 부동산 매도와 자동차 매도 용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인감증명서에 비해 용도가 세분화돼 있어 민원 처리 과정에 혼란이 있는 점을 고려해 용도란을 인감증명서와 동일하게 간소화하기로 했다.

행안부는 국회 통과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사안인 만큼 상반기 내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홍보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체험의 날 등을 운영해 무료 발급해 주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인감증명서에 너무 익숙해 기대했던 대체 효과가 미비했던 게 사실"이라며 "한때 발급 수수료를 인하해준 적도 있긴 하나 그마저도 사라져 본인서명확인서를 발급할 유인책이 없었는데 이번 개정으로 인지도가 높아지고 저조한 발급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부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