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득세 과표 9년만에 조정…세부담 최대 5만4천원↓

지방세입 관계 5개법령 공포안 7일 의결…3월중순 시행
12억이하 생애 첫 주택 구입 취득세 200만원 한도 감면
개인지방소득세 최저소득 과표 1200만→1400만원 상향
법인지방소득세율 과표구간별 0.1%P 인하, 최고 2.4%로
인구감소지역 창업·이전 기업엔 취득·재산세 100% 감면

앞으로 지방소득세 부담이 1인당 최대 5만4000원 줄어든다.

생애 처음으로 구매한 주택이 실거래가 기준 12억원 이하라면 소득 기준을 따지지 않고 200만원 범위에서 취득세를 감면 받는다. 인구감소지역에 창업 또는 사업이전을 하는 기업은 취득세와 재산세가 100% 감면된다.



한 해의 세금 부과 기준액 상승을 제한하는 '과표상한제'와 고령자·장기보유자 납부유예제도를 도입해 세부담도 안정적으로 관리한다.

행정안전부는 7일 국무회의에서 지방세입 관계 5개 법률 및 시행령 공포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5개 법률은 지방세기본법, 지방세징수법, 지방세법, 지방세특례제한법, 지방행정제재·부과금의 징수 등에 관한 법률이다.

대통령 재가를 거쳐 이달 중 공포돼 즉시 시행된다. 소급 적용 규정에 따라 이미 납부한 금액보다 실제 납부해야 할 금액이 적을 땐 지방자치단체에 경정청구를 통해 환급받을 수 있다.

이 개정안은 민생경제 회복과 지역경제 활력 제고를 뒷받침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작년 6월21일 이후 취득분부터 소급…고령 1주택자 재산세 유예

12억 이하 주택을 매입하는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취득세를 최대 200만원까지 감면해준다.

기존에는 연소득 부부 합산 7000만원 이하 가구 중 수도권 4억원·비수도권 3억원 이하 주택을 구매할 때만 감면 혜택이 있었지만, 이러한 기준을 대폭 개편해 수혜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이번 감면 확대는 지난해 6월21일 이후 생애 최초로 주택을 취득하는 경우부터 소급 적용된다. 이미 취득세를 냈다면 환급 신청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다.

또 일정 요건을 갖춘 만 60세 이상 고령 또는 5년 이상 장기보유 1주택자에 대해서는 주택의 상속·증여·양도 시점까지 재산세 납부를 유예해준다. ▲직전 과세기간 총급여 7000만원 이하(종합소득금액 6000만원 이하) ▲해당연도 재산세 100만원 초과 ▲지방세·국세 체납이 없을 것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고령자에 대한 가족 돌봄을 지원하기 위해 조부모와 함께 거주하면서 별도 주택을 취득·보유하는 경우 조부모와 별도 세대로 간주한다. 현재는 65세 이상의 부모를 부양하는 경우에 한해 별도 세대로 간주해 취득세 다주택 중과 적용을 완화해왔다.

조부모를 부양하는 경우에도 별도 세대로 보고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율 특례(과표구간별 0.05%포인트 인하)를 적용받게 된다.

0.6% 세율이 적용되는 개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 1200만원 이하 구간은 '1400만원 이하'로 올린다. 1.5% 세율이 적용되는 1200만~4600만원 이하 구간은 '1400만~5000만원 이하'로, 2.4% 세율인 4600만~8800만원 이하 구간은 '5000만~8800만원 이하'로 각각 조정된다.

지방소득세 과표의 상향 조정은 근로자 계층에 대한 감세를 의미하며, 지난 2014년 과표 구간 설정 이후 9년 만에 처음 개편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방소득세 부담이 최소 8000원에서 최대 5만4000만원 가량 줄어든다.

진명기 행안부 지방세정책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정부합동 브리핑실에서 가진 정책설명회에서 "실제 개인별로 감세 효과는 급여별 평균 과표와 부양가족 수, 소득공제 수준 등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1인당 8000~5만4000원 가량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인지방소득세의 분할납부 제도도 신설해 납부세액이 100만원을 초과할 경우 그 세액의 일부를 2개월 이내 나눠 낼 수 있도록 했다.



개인사업자의 부담 경감을 위해 주민세 사업소분 과세 대상은 전년도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액 '4800만원 이상'에서 '8000만원 이상'으로 낮췄다. 지난해 기준 주민세 사업소분 289억원과 지방교육세 42억원의 감세 효과가 예상된다.

아울러 법인지방소득세율은 각 과표 구간별 세율을 0.1%포인트씩 인하한다. 이는 국세인 법인세와 동반 개정사항이다.

사업자가 천재지변으로 재산상 손실을 입었을 때 법인지방소득세액의 일부를 차감하는 재해손실세액 차감제도도 도입한다.

최병관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경제 상황과 부동산 하락 등으로 결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올해 지방소비세율이 1.6%포인트 올라 3조5000억원 이상 확충되고 지방소멸대응기금 배분 등으로 상쇄할 수 있어 지방재정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정확한 세수 추계를 하기엔 조심스럽다"고 설명했다.


◆내년 과표상한제 도입…공정시장가액비율 범위 하향

정부는 이와 함께 부동산 시장이 과열돼도 급격한 재산세 상승을 막기 위해 내년부터 '과표상한제'를 도입한다.

과표는 취득세·재산세 부과 기준이 되며,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산정한다. 이 과표에 세율을 곱하면 세액이 된다. 즉, 공시가가 오르면 재산세 납부액도 늘어나는 구조다. 반대로 과표 상한을 두면 재산세액 상승이 억제된다.

정부는 이 과표의 상승을 5%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반면 '세 부담 상한제'는 2029년 폐지한다. 이 제도는 한 해에 증가할 수 있는 세액의 한도를 설정해 세 부담 급증을 방지하는 제도로, 그간 세액 증가를 최대 4년 정도에 걸쳐 분산시켰을 뿐 세액 증가 자체는 막지 못한데다 현장에서는 과표와 세율에 의해 계산한 산출세액과 세 부담 상한에 의해 계산한 납부세액을 동시에 고려해야 해 혼란이 컸다.

다만 세 부담 상한제를 동시 폐지할 경우 기존에 혜택을 받던 납세자의 세액이 급증할 수 있어 과표상한제 도입 5년 후에 폐지한다는 게 행안부 측 설명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 범위는 현행 40~80%에서 30~70%로 하향한다.

권순태 행안부 지방세특례제도과장은 "내년부터 공시가격이 급등해도 그 해 과표는 5% 한도로 상승하게 되므로 급격한 재산세 부담을 막을 수 있다"면서 "상한선을 설정한 것이어서 세 부담과는 상관이 없고 (재산세액이) 올라가는 속도가 완만해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구감소지역 기업투자 촉진…모든 사회복지시설에 稅혜택

인구감소지역에 창업하거나 사업장을 신설·이전하는 기업에 5년간 취득세와 재산세를 100% 감면한다. 이후 3년간 50% 범위에서 감면한다.

인구감소지역 내 사업전환기업에게는 취득세와 재산세를 50% 깎아준다.

외국기업 투자 유치 강화를 위해 외국인 투자기업 직접사용 부동산에 대한 지방세 감면을 3년 연장하고, 지자체 실정에 맞게 15년 한도로 조례를 통한 추가 감면 지원도 가능하도록 했다. 현재는 일반투자의 경우 취득세·재산세 5년간 100%(이후 2년간 50%), 신성장동력 사업 사용과 사업양수 방식 취득의 경우 3년간 100%(이후 2년간 50%)를 각각 감면해주고 있다.

산업·물류단지, 중소기업, 농업·임업 등 지역의 주요 경제적 기반 분야들에 대한 감면 지원도 연장 또는 확대할 예정이다.

또 산업혁신을 촉진하는 기업부설연구소에 대한 취득세·재산세 감면을 3년 연장한다. 특히 신성장·원천기술 연구소에 대한 추가 감면율을 10%포인트에서 15%포인트로 확대한다.

창의성·잠재력이 높은 벤처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벤처기업육성촉진지구 내 기업에 대한 취득세 감면을 37.5%에서 50%까지로 늘린다.

친환경 자동차 보급과 기술개발 촉진을 위해 하이브리드차 구매자에 대한 취득세 면제도 현행 40만원 한도로 2년 더 연장해준다.

민생물가의 인상 요인을 완화하기 위해 유관 공공기관에 대한 지방세 감면 지원은 유지 또는 확대한다.

아울러 두터운 사회복지 지원을 위해 사회복지법인 및 일부 사회복지시설에만 부여했던 지방세 감면 혜택을 사회복지시설 전체로 확대한다.

감면 지원이 확대되는 사회복지시설은 '유·무료'로 구분하고 감면 지원율을 무료시설은 취득세 100%·재산세 50%, 유료시설은 취득세·재산세 25%로 차등화한다. 단, 유·무료 시설 모두 조례로 50%포인트 추가 감면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감면 대상 사회복지시설은 기존 약 3000곳에서 약 1만1000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행안부는 이번 법 시행에 따른 지방세 환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안내하고 각 지자체가 조례를 조속히 정비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2월 임시국회에서 여야 합의에 이르지 못한 다주택자 주택 취득세 중과 완화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이번 개정안은 고물가 등으로 인한 민생경제의 부담을 완화하고 침체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라며 "개정 지연에 따른 혼란이나 세제 혜택에서 누락되는 일이 없도록 환급 등 후속 절차를 꼼꼼히 챙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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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김두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