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北 신포 인근 해상서 잠수함 순항미사일 2발 발사
한미연합훈련 시작일 맞춰 방해…플랫폼 다양화도 추구
우리 軍, 북한 기만 가능성 분석…사거리·비행시간 등 과장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해 잠수함에서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지난 9일 북한이 근거리탄도미사일(CRBM)을 발사한 지 3일 만이다.
다만 우리 군은 북한이 공개한 순항미사일의 세부 재원에 대해서는 '기만과 과장이 섞여 있다'고 지적했다.
합동참모본부는 13일 오전 5시50분경 북한이 전날 아침 신포 인근 해상에 있는 잠수함에서 시험 발사한 미상 미사일을 포착했다고 13일 밝혔다.
미사일의 고도, 사거리 등 세부 제원은 현재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지난 9일 근거리탄도미사일(CRBM)을 발사한 지 3일 만이다. 당시 북한은 남포 일대에서 서해 방향으로 6발의 CRBM을 발사한 바 있다.
국방부가 국방백서를 통해 공개한 북한의 CRBM은 최대 300㎞ 사거리인 근거리형·이스칸데르형·에이태킴스형·고중량탄도형 등 총 4가지다. CRBM의 경우 사거리가 짧은 대신 저고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우리 군의 탐지 및 대응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4월과 11월에도 이와 유사한 무기체계를 발사한 바 있다.
북한은 합참의 문자공지 10분 후인 이날 오전 6시경 잠수함에서 전략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고 공개 보도했다. 북한이 잠수함서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전략순항미싸(사)일 수중발사훈련이 12일 새벽에 진행되였다"면서 "발사훈련에 동원된 잠수함 '8·24영웅함'이 조선 동해 경포만 수역에서 2기의 전략순항미사일을 발사하였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발사된 2기의 전략순항미사일은 조선 동해에 설정된 1500km 계선의 거리를 모의한 '8'자형 비행궤도를 7563s(2시간6분3초)∼7575s(2시간6분15초)간 비행하여 표적을 명중 타격하였다"고 전했다.
이어 발사훈련을 통해 "무기체계의 신뢰성을 확인하고 공화국핵억제력의 또 다른 중요구성부분으로 되는 잠수함부대들의 수중대지상공격작전태세를 검열·판정했다"며 "목적을 성과적으로 달성했다"고 자평했다.
아울러 "수중발사 훈련을 통해 다양한 공간에서의 핵전쟁 억제 수단들의 경상적 가동 태세가 입증됐다"고 특기했다.
합참은 이번 북한의 순항미사일 도발이 한미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분석했다.
합참 공보실장은 "국민의 알 권리 측면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정보자산을 보호하는 것 중간에서 상당히 고심과 고민이 있었다"며 "오늘부터 한미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 연습이 시작된다. 북한 미사일 도발 등으로 연합연습을 방해하려 해도 한미동맹은 연합연습을 정상적으로 잘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전날 발사한 북한의 잠수함 발사 순항미사일을 하루가 지난 시점에 공개한 것에 대해서는 비판이 일었다. 우리 군이 북한의 순항미사일을 정확히 탐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었다.
합참은 이번 북한의 잠수함 발사 미사일에 대한 공지가 늦은 것에 대해 "우리가 노력을 기해서 감시와 정찰자산 능력을 구축했는데, (미사일 발사 여부가) 공개되는 경우에 체계나 시스템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공개가 좀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순항미사일은 유엔안보리 결의에 위배되지 않는다. 또 순항미사일의 경우 비행특성이 기존 탄도미사일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관측이나 탐지가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기만전술, 과장 등 저희가 사전에 공지했을 경우 그걸 막아주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최대한 늦게, 그러나 북한의 발표보다는 조금 이르게 오늘 아침에 공지를 했다"고 말했다.
이번 북한의 잠수함 발사 순항미사일은 지난해 1월 발사한 순항미사일의 개조형으로 알려졌다. 또 잠수함을 통해 수중에서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수직발사관·어뢰발사관 등 발사 방식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북한이 공개한 순항미사일 사진에서 사출 이후 미사일이 사선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어뢰발사관을 통해 발사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도 어뢰발사관에서 발사되는 형태다.
특히 합참은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순항미사일 2발 ▲잠수함에서 발사 ▲신포 인근 해상에서 발사 등의 부분을 제외하고는 기만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합참이 탐지한 내용과 북한의 발표 내용이 상이하기 때문에 기만이나 과장이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한미가 공조하고 있다. 현재도 분석 중이다. 현재까지의 분석 단계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기만과 과장의 가능성을 어느정도 살피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의 잠수함 발사 순항미사일이 아직은 초기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은 '경상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으며, 그 의미는 '정상적으로 변함없이 이뤄지는 상태'다. 다만 저희는 초기 단계의 시험발사라는 용어를 썼다"고 밝혔다.
순항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가능성과 우리 군의 대응능력 등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내보였다.
합참 관계자는 "공군 방공관제레이더가 24시간 지금도 감지를 하고 있다. 전지역으로 다 감지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탐지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순항미사일은 속도가 느리다. 충분히 우리 군의 지상방공유도무기나 공군 전투기들이 요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우리 군의 대응능력에 대한 의구심은 지워지지 않고 있다.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과 달리 탐지·추적이 쉽지 않다. 또 속도는 느린 반면 비행 방향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어 완벽한 요격을 자신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연구위원은 "만약 잠수함의 어뢰발사관에서 발사가 가능한 순항미사일이 전력화된다면 이는 533㎜급 이상의 공기압축식 어뢰발사관을 가진 북한의 모든 재래식 잠수함이 전술핵 투발수단(순항미사일)의 발사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류 연구위원은 "이는 대잠작전 수행에 필요한 대잠초계기 전력이 제한적인 한국 군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서해 단거리 미사일 포병부대 화력훈련에 이어 이번에는 동해 잠수함 부대의 미사일 발사를 시현함으로써 한미연합훈련에 대응한 각종 무기체계를 점검하고 있다"며 "무기체계 시험은 예고 없이 기습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우리 군의 탐지능력을 점검하기 위한 의도도 내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은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에 이어 순항미사일까지 보유한 것은 북한 잠수함이 '대량파괴'와 '정밀타격'이라는 투 트랙을 갖추었다는 의미"라며 "미국을 목표로 탄도미사일을 개발한다던 북한이 전략순항미사일을 개발하였다는 것은 우리를 직접 겨냥한 것이기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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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임정기 서울본부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