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재택근무 경험…"생산성·효율성 높아"
"경영 실적 악화를 재택근무 탓으로 돌려"
코로나19 기간 중 재택근무를 도입했던 상당수 회사가 출근제로 전환하면서 직원들을 중심으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회사 측은 재택근무 장기화로 업무 효율이 저하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재택근무로 인한 업무 효율 저하는 근거가 없으며 당초 약속했던 근무환경과도 다르다는 반론이 나온다.
15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최근 주요 IT기업 등이 재택근무를 출근제로 전환하는 것과 관련해 일선 직원들 사이에서는 합의 없는 출근제 전환이라며 반발 기류가 높다.
특히 '엔데믹'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지속 시행할 것이라고 홍보했던 회사 직원들은 갑작스러운 방침 변화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내 IT 대기업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정모(36)씨는 "회사가 재택근무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공언해서 출퇴근 보다는 아이 유치원에 맞춰 이사했다"며 "나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자녀 양육 등 개인사정에 맞춰 주거를 마련한 경우가 있어 상당히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씨는 "다수 직원이 항의해 회사는 직원들에게 사정에 따라 추가로 한 달간 재택을 연장할 수 있게 했지만, 난처하기는 매한가지"라고 토로했다.
한 숙박업소 플랫폼 업체에서 일하는 임모(33)씨도 "신입으로 들어온 직원 중 상시재택근무라는 근무환경을 보고 들어온 사람들이 많다"며 "연봉 협상을 할 때도 경영진이 재택근무라는 복지를 내세운 만큼 갑작스러운 제도 변화는 '복지 감축'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회사에는 원격근무제도 시행으로 강원 속초, 경남 사천, 세종시 등 지방으로 이주한 직원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취업사기 아니냐" 등 날선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많은 회사들이 재택근무 장기화로 업무 효율이 저하됐다는 점을 출퇴근제 변화의 주된 명분으로 삼고 있으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IT 대기업 개발자인 이모(37)씨는 "3년간 재택근무를 했기 때문에 처음 재택근무를 하면서 있었던 비효율은 더는 현장에 없다"며 "메신저로 즉각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것에도 익숙해지고 협업 툴 사용도 활성화되면서 오히려 업무 효율이 늘었다"고 주장했다.
또 "휴가를 간 직원이 있어도 잠깐 화상회의에 참여해달라고 하면 되기에 팀원 간 협업 일정 조정도 쉬웠다"며 "지난 3년 동안 재택근무에 적응해 나간 시간이 아깝다"고 토로했다.
이씨의 회사는 2020년 2월부터 실시한 재택근무를 지난달부터 출근제로 전환했다.
다른 IT 대기업 개발자 김모(33)씨도 "재택근무를 하면서 일이랑 휴식의 구분이 없어져 오히려 생산성은 늘었다"며 "회사에 나와서 어깨를 부딪치면서 일하는 것이 좋다는 경영진의 판단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비했다.
그러면서 "재택근무가 업무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데이터나 설득 과정이 없어서 사내 반발이 크다"고 덧붙였다.
코로나 특수가 사라지는 등 이유로 경영 실적이 악화한 것을 재택근무 탓으로 돌린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임씨는 "코로나 특수를 누릴 때는 재택을 하면서 회사가 성장했는데 코로나 특수가 사라지자 실적 부진의 이유를 재택근무에서 찾고 있다"며 "엔데믹을 대비하지 않은 경영 실패가 부진에 더 직접적인 이유인데 재택근무가 문제인 것처럼 왜곡해 재택근무를 종료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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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차장 / 곽상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