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 500% 허용…리모델링서 재건축 선회로 입주민 '갈등'
"주건환경 개선에 도움"…리모델링 실질적인 규제 완화 필요
"입주민들간 혼선으로 힘들게 추진해온 리모델링 사업이 결국 무산될 것 같아요."
지난 22일 경기도 안양시 평촌신도시의 한 리모델링 추진 단지 관계자는 "정부의 1기 신도시 특별법 발표 이후에 리모델링 동의서가 걷히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입주민들 사이에서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을 면제하고,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허용해주기로 하면서 리모델링 추진이 사실상 멈췄다"며 "리모델링을 원하는 입주민들과 재건축을 원하는 입주민들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1기 신도시 특별법 발표한 이후 평촌과 산본 등 1기 신도시 노후 아파트 입주민들의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용적률을 500%까지 대폭 늘려주는 1기 신도시 특별법이 나오자, 일부 일부 리모델링 추진 단지에서 재건축으로 돌아선 입주민들 간 의견 충돌로 파열음이 나고 있다.
앞서 정부가 재건축 용적률 기준을 500%까지 올리는 것을 골자로 한 1기 신도시 특별법을 발표했다. 재건축 사업에 대한 문턱을 낮추고, 정비사업을 활성화해 주택 공급이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발표 이후 입주민들의 의견이 둘로 나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사업 속도가 더뎌지는 양상이다.
1기 신도시는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등 5곳으로, 총 29만2000가구. 1기 신도시 아파트 단지 가운데 일부는 재건축 연한이 지났고, 오는 2026년까지 대부분 단지가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안양시 평촌신도시와 군포시 산본신도시에는 총 16개의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있다. 평촌신도시 일대에서는 현재 총 9개 단지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목련 2·3단지는 시공사 선정을 마쳤고 ▲초원세경 ▲한가람신라 ▲초원한양 ▲향촌롯데 등은 조합 설립인가를 마치고 리모델링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또 평촌신도시 내 아파트 단지는 모두 54개로, 이중 절반인 27개 단지가 평촌 리모델링 연합회에 참여하고 있다.
리모델링 사업은 재건축에 비해 사업 속도가 빠르고, 분담금이 적은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재건축 규제가 대폭 완화되고, 금리 인상과 건설 원자잿값 급등에 따른 공사비 증가로 리모델링 비용이 높아지면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들은 리모델링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평촌의 한 리모델링 추진 단지 관계자는 "재건축 위주의 규제 완화 정책으로 리모델링 단지가 소외되고 있다"며 "리모델링도 주거환경 개선이 되고, 주택 공급이 가능한 만큼 규제 완화와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일부 단지가 재건축으로 선회하더라도 실제 추진까지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지난달 예정됐던 법안 발의가 늦어지는 데다, 특별법과 관련한 1기 신도시 주민들의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리모델링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규제 완화되면서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선회하려는 조합이 많아질 것"이라며 "리모델링 과정이 일정 이상 진행된 단지들은 1기 신도시 특별법이 시행되더라도 사업 추진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조합 입장에서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업의 득실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며 "리모델링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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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