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들도 대부분 혐의 부인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100억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기소된 60대 건축업자, 이른바 '건축왕'이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5일 인천지법 형사1단독(부장판사 오기두)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사기, 부동산실명법 위반,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A(62)씨 측은 "혐의를 부인한다"고 밝혔다.
A씨의 변호인은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한다"면서도 "법리상 사기 등의 혐의는 검찰의 법조 적용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A씨와 함께 기소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등 공범 9명도 이날 재판에 출석해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다.
공범 일부는 "직원으로서 업무만 했을 뿐 범행을 공모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또 일부는 아직 검찰 기록을 검토하지 못해 다음 기일에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밝히기로 했다.
재판을 마치기 전 오 부장판사는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위원장에게 대표 발언할 기회를 제공했다.
안상미 대책위원장은 "보증금은 우리의 전 재산"이라면서 "(피고인들의) 재산을 환수해 피해를 회복하고 살 수 있게끔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A씨 등은 지난해 1월부터 같은해 7월까지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자신이 소유한 공동주택의 임차인 161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약 125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지난 2009년부터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 등 타인 명의를 빌려 토지를 매입하고 자신이 운영하는 종합건설업체를 통해 소규모 아파트, 빌라 등 주택을 직접 건축했다.
그는 준공 대출금 등으로 건축 비용을 충당하고, 전세보증금으로 대출이자 및 직원 급여 등을 충당하는 과정을 반복해 2700여채에 달하는 주택을 보유했다.
이어 공인중개사(보조원)들을 고용하고, 해당 공인중개사들 명의로 5~7개의 공인중개사무소를 개설·운영하며 자기 소유 주택에 대한 중개를 전담하도록 했다.
지난 2월 기준 A씨가 소유한 주택 중 총 690세대가 경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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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 김 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