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여의도·목동, "내 집도 마음대로 못 파냐" 주민들 불만 속출

서울시,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해제 기대감에 반등 거래 속출…"왜 국가가 사유재산 통제"
"시장 실망감 커지면서 거래 위축되고 상승 기대도 꺾일 듯"

서울시가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지역의 토지거래허가 규제를 1년 간 연장하기로 결정하면서 해당 지역 입주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5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강남구 압구정·영등포구 여의도·성동구 성수·양천구 목동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4곳(4.57㎢)의 규제를 연장했다. 이에 따라 당초 오는 26일까지였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간이 내년 4월 26일로 1년 연장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해당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없이 토지거래 계약을 체결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토지 가격의 30% 상당 금액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임대를 놓거나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일명 '갭투자'가 불가능해 부동산 투기 수요를 막는 강력한 제도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당초 지정기간 만료가 다가오면서 양천구와 강남구 등 자치구들은 재산권 침해 우려와 지나친 규제라는 점 등을 이유로 토지거래허가제 해제를 건의해 왔다. 목동 등 일부 지역에서는 최근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되고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아파트 반등 거래가 나타나기도 했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목동신시가지5단지' 전용면적 122㎡는 지난달 28일 24억1000만원(4층)에 매매됐다. 직전 거래가 23억4000만원(7층)보다 7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같은 날 '목동신시가지6단지' 전용 47㎡도 12억1000만원(10층)에 손바뀜돼 지난 2월 기록했던 11억2000만원(2층)보다 9000만원이나 뛰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날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할 경우 외지인 자본 유입과 부동산시장 불안 등으로 집값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연장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해당 지역 내 입주민들의 불만은 속출하고 있다. 용산구 한남·서초구 반포 등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과의 형평성 문제도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목동의 한 아파트 주민 A씨는 "서울시청 앞에 가서 한 번 목소리 높여야 하는 거 아니냐"며 "왜 국가가 사유재산을 통제하고 있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왜 반포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지 않느냐"며 "반포만 작정하고 띄워주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압구정동·목동 등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연장되면서 오는 6월 기간이 끝나는 서울 내 다른 지역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강남구 청담·삼성·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등 총 네 곳(14.4㎢)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6월22일까지다.

송파구의 한 아파트 주민은 "(토지거래허가제 때문에) 송파도 직격탄을 맞았고, 강남도 압구정동 대치동을 다 묶어 놓아 빗겨나간 반포 등만 몇 년간 좋았다"며 "이번에 또 묶는다면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 연장으로 부동산 시장의 거래가 다시 위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는 단순 차익 목적의 갭투자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번 연장 조치로 부동산 시장의 실망감이 커지면서 거래가 다시 위축될 수 있고 상승 기대 심리도 한 풀 꺾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부동산 업계의 한 전문가는 "이번 조치는 정책의 엇박자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시장에 신호를 두 갈래로 보내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목동은 지정이 되고 상계동 등은 지정이 안 돼 있는 등 규제가 마치 섬처럼 남아 뒤죽박죽 돼 있는 상태다. 정부에서 규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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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