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수 결손 우려에 유류세·車개소세 환원 카드 '만지작'

1~2월 국세 16조 덜 걷혀…진도율 5년來 최저
유류세 환원시 5조 추가 확보…물가 자극 우려

정부가 경기 둔화와 자산 시장 위축 등으로 올해 들어 국세수입이 당초 예상보다 급격히 줄자 유류세 등 한시적으로 낮춘 세제 지원 조치를 환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족한 세수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정상화가 시급하지만 민생과 직결되거나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있어 결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2월 누계 국세수입은 54조2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5조7000억원 감소했다. 역대 최대 감소폭이자 세수 진도율도 13.5%로 최근 5년 평균인 16.9%에 크게 못 미친다.



정부는 올해 걷어야 할 세금을 400조5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3월부터 연말까지 작년 수준의 세금이 걷힌다고 해도 20조원 안팎의 세수 결손이 예상된다. 2019년 이후 4년 만에 세수 결손이 우려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당초 세입 예산을 잡았던 것보다 세수가 부족할 가능성이 커보인다"며 "전반적인 일반 경기 흐름과 자산시장 흐름이 좋지 않은데, 그 영향으로 기업 실적도 좋지 않아 올해 세수 상황은 상당히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올해 경제 상황을 예측한 '상저하고' 흐름에 따라 상반기까지는 세수 부진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로 인해 재정 운용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부진한 경기를 뒷받침하지 못해 하반기 기대했던 점진적인 경제 회복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현재 시행 중인 한시적 세제지원 조치를 환원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올해로 3년째 시행하고 있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정상화하는 방안이 꼽힌다. 정부는 국제유가가 치솟은 2021년 11월부터 휘발유·경유 등을 대상으로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를 시행했다.

국제유가와 물가 상황에 따라 인하폭을 조정해 작년 12월부터는 휘발유에 대한 인하폭을 37%에서 25%로 축소하는 등 이달 30일까지 연장조치를 결정한 바 있다.

유류세 인하 조치로 인한 지난해 관련 세금(교통·에너지·환경세) 감소분은 5조5000억원 규모다. 올해 세입 예산도 유류세 인하 조치를 반영해 작성한 만큼 이를 정상화하면 5조원 넘는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세에 있고, 주요 산유국의 감산 결정으로 국내 휘발유 가격도 상승 압력이 작용했다. 서민 경제와 직결된 만큼 유류세를 일시에 환원하기 보다는 인하폭을 축소해 단계적으로 정상화할 것으로 보인다.

5년 가까이 유지하고 있는 승용차 개별소비세 역시 정상화 대상으로 검토된다.

정부는 지난 2018년 7월 개소세 30% 인하를 시작으로 코로나19 발생 첫 해인 2020년 상반기 인하 폭을 70%까지 확대했다가 같은 해 하반기 30%로 축소한 뒤 올해 상반기까지 6개월 단위로 연장하고 있다. 상반기 중 세수 상황을 검토해 개소세 인하 지속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상반기 중으로 결정해야 하는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역시 세수 확보 차원에서 정부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지난해 부동산 관련 세 부담 완화를 위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최저인 60%로 낮췄다. 평시 수준인 80%로 상향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정부는 이미 세입 예산을 짜면서 올해 공정시장가액비율 80%로 전제해 작성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올해 주택 공시지가가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공정시장가액비율 마저 현행대로 유지할 경우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부동산 관련 세수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 같은 세제 지원 조치 연장 여부와 관련해 "물가, 국제유가, 세수, 부동산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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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