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피해자 소송 진술권 보장…가해자 즉시분리 강화

교육부, '정순신사태' 계기 학교폭력 근절대책
가해자 징계 결정 전 약 7주간 학급교체 가능
피해자 분리요청권 부여…관련 법률 개정 필요

 학교폭력 징계 조치에 불복한 소송이 제기되더라도 피해자가 원한다면 교장이 가해자를 출석 정지하거나 반을 바꿀 수 있게 된다.

가해자가 불복 소송, 행정심판을 시작하면 피해자에게 이를 알리고 참가가 가능함을 알려 진술권을 보장하도록 학교폭력 관련 법률 개정도 추진한다.



교육부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1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서 징계 기록 보존 연장과 대입 반영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이 심의,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가해자가 받는 전학 등 징계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록 보존 기한이 졸업 후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나고, 고1이 치르는 대입 전형부터 의무 반영되는 등 엄벌주의 기조가 핵심이다.

반대로 가해자가 이에 불복하는 소송, 행정심판, 집행정지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더 커진 만큼,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도 더 두터워진다.

먼저 학교장이 학교폭력 발생 즉시 할 수 있는 가·피해자 즉시분리 조치 기간이 현행 3일 이내에서 최대 7일까지 늘어난다. 종전에는 중간에 주말이 끼어 있는 경우 금요일 하루에 그치고 월요일에 다시 피해자와 가해자가 마주하는 경우가 있었다.

즉시분리 이후 학교장은 피해자 보호를 위한 긴급조치를 결정할 수 있다. 긴급조치는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징계 조치와 같은 내용이다. 1호 서면사과, 2호 접촉·협박·보복금지, 3호 학교봉사, 5호 특별교육·심리치료, 6호 출석정지(10일 이내)만 가능하다.

앞으로는 학교장이 긴급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과 범위가 더 커진다. 종전에는 대상이 아니던 학급교체까지 긴급조치 대상에 포함된다. 출석정지 조치는 최대 10일에서 '교육지원청 학교폭력심의위원회 징계 조치가 결정될 때까지'로 대폭 늘어난다.

특히 피해자에게 출석정지와 학급교체 요청권을 부여, 피해 학생이 학교에 요구하면 교장은 가해자의 학급을 바꾸거나 출석을 정지시키고 원격수업 등을 제공해 학습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현재는 학교 내 전담기구 사안조사에 3주, 교육지원청 학교폭력심의위원회가 징계 조치 수위를 결정하기까지 4주 등 7주가 걸린다. 최대 7주 가까이 가해자 출석을 교장 직권으로 멈출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와 같은 긴급조치 강화와 피해자의 가해자와 분리요청권 부여는 모두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다.

또 가해자가 조치에 불복해 행정소송이나 행정심판을 제기하거나 집행정지를 신청할 경우 피해자가 이를 알고 대응하며, 그 과정에서 재판이나 심리에 출석해 진술할 수 있도록 한다.

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 교육지원청장(교육장), 시도교육감이 피해 학생에게 이를 알려야 한다는 근거 조항 마련을 위해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을 추진한다.

우선 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가 피해자에게 불복 사실 및 심판 참가가 가능함을 안내하도록 관련 지침인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에 반영한다.

아울러 정순신 변호사 아들 사건과 같이 집행정지가 인용돼 강제 전학이 중단되는 경우에도 피해자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해자에 대한 출석정지, 학급교체를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가해자의 2차 가해 행위도 원천 차단한다.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면 교장은 긴급조치를 통해 반드시 가해자에게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조치를 부여하도록 의무화한다. 카카오톡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경우도 포함하도록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

만약 가해자가 이를 어긴 사실이 적발되면 최저 출석정지(6호)부터 최대 퇴학(9호)까지 가중 처벌할 수 있도록 학교폭력예방법에 명시할 계획이다.

전학(8호) 조치를 다른 징계 조치와 함께 받은 경우라도 전학 조치를 우선 실시하도록 지침에 담는다.


피해자를 보호하는 역할과 책임도 분명히 한다.

사건이 교육지원청으로 넘어가기 전에는 학교폭력 책임교사, 이후에는 시도교육청 피해회복·관계개선 지원단에서 퇴직교사, 퇴직경찰 등 전담지원관을 지정해 피해 학생을 밀착 보호하고 지원할 예정이다.

피해자 심리상담, 치료 전문 지원기관도 올해 303곳에서 내년 400곳으로 늘린다. 전담지원관이 피해자의 경제적, 심리적 여건 등을 고려해 적합한 기관을 찾아 줄 수 있도록 유형별 기관을 안내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피해자가 행정심판에 참여할 때 국선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법무부 등 관계 부처와 함께 행정심판법 개정도 추진한다.

학교와 교사를 지원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 5개 시도교육청에 가칭 '학교폭력예방지원센터'를 설치해 시범 운영하고, 2025년까지 전국에 설치한다.

센터에는 피해자 전담지원관이 속한 '피해회복·관계개선 지원단'을 비롯해 변호사 등 '법률서비스 지원단', 학교전담경찰관(SPO) 등 '사안처리 컨설팅 지원단'이 마련돼 활동할 예정이다.

학교폭력 처리 과정에서 고의·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교사가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도록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막론하고 학교나 전담교사를 상대로 아동학대 혐의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관련 업무를 기피하는 문제가 지적됐다.

교육부는 궁극적으로 인성교육 강화가 학교폭력 예방의 해법이라고 보고 관련 조직을 보강한다.

정서·행동장애(EBD),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를 겪는 학생을 위한 전담 부서 설치를 추진하고 관련 교육 정책의 법적 근거를 담을 '학생 사회·정서 지원법' 제정도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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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