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닷새 동안 국내에서 엠폭스(MPOX·원숭이 두창) 확진자가 3명 발생함에 따라 토착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성 접촉 등 밀접접촉으로 전파되는 감염병 특성상 감염원 추적이 어려워짐에 따라 당국이 조기진단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발생한 6~8번째 엠폭스 확진자 3명은 잠복기인 3주 이내 해외 여행력이 없어 국내 전파 사례로 추정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6월 이후 발생한 확진자 5명이 모두 해외여행 과정에서 접촉했거나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잇따라 국내 감염 사례가 나온 것이다.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지역사회 감염 사례가 일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예전에 미국이나 유럽에서 환자 발생이 많았는데 현재는 많이 감소하는 반면 일본이나 대만과 같은 우리나라 인근 국가에서 발생이 많아지고 있다"며 "주변 국가의 발생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영향을 받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최근 확진된 3명 모두 감염원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지난 7일 확진된 국내 6번째 확진자 A씨는 역학조사 결과 총 36명과 접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험 접촉자는 3명, 중위험 23명, 저위험 10명으로 현재 노출 위험도에 따라 방역 당국이 관리하고 있다.

A씨는 감염원으로 추정되는 사람과 밀접 접촉했으나 익명으로 만난 탓에 이름이나 연락처를 알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방역 당국은 인터넷 ID 등을 통해 감염원을 추적하고 있지만 인적 사항을 파악하기 전까지 추가 전파 우려가 있는 상황이다.

지난 10일 확진된 7번째 확진자 B씨는 지난 10일 발열 등 전신증상과 피부병변으로 의료기관에 내원해 같은 날 유전자 검사 결과 양성으로 판정받았다. 8번째 환자인 C씨는 지난 11일 오한과 피부병변이 나자 스스로 보건소에 신고해 유전자 검사 결과 양성으로 확인됐다.

아직 세 확진자 사이의 모두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방역 당국은 7~8번째 확진자에 대해서도 역학조사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발표할 예정이다.

이처럼 감염원이 불분명해 빠른 역학조사가 어려워짐에 따라 엠폭스가 우리나라에서도 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역 당국은 이번 주 중 위기평가회의를 거쳐 엠폭스의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현 '관심' 단계에서 '주의'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엠폭스는 특성상 성 접촉이나 피부접촉 등 밀접접촉이 없는 일반 인구집단에서의 대규모 전파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이 특성 때문에 의심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자발적으로 진단 받기를 꺼려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수석상임연구위원은 "사회적 낙인 등을 우려해 진단에 응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향후 엠폭스는 종식되지 않고 사람 간 전파되는 일반적인 성병과 같이 전 세계에 토착화돼 계속 발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당국은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의 자발적인 검사 참여와 의료계의 조기 진단 의뢰 등을 통한 확산 차단에 협조를 당부했다.

최장 잠복기인 3주 이내 성 접촉이 있었거나 성기 및 항문 부위 수포성 발진, 사타구니 림프절 비대 증상이 있다면 방역 당국에 신고하는 것이 좋다.

국내에는 엠폭스 백신인 진네오스와 항바이러스 치료제 테코비미라크가 도입된 상태다. 3주 이내 유증상자와 밀접접촉을 했거나 의심 증상이 나타난 경우 진단을 통해 확진돼야만 환자와 고위험 접촉자 대상 백신 접종과 환자에 대한 항바이러스제 처방, 격리치료가 가능하다.

신 위원은 "국내 엠폭스 환자가 아직 적은 상황에서 백신의 안전성과 비용 효과성을 고려했을 때 일부 국가에서 채택하는 고위험군 대상 사전 접종보다는 엠폭스 환자 접촉자 중심의 포위접종(Ring vaccination) 전략이 아직 유효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최근 발표된 세계보건기구(WHO) 엠폭스 감시 지침에는 하수 기반 감시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향후 감시체계에 엠폭스도 포함해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