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정법 개정안 8개월째 국회 계류
총선 앞두고 예타 완화법에 尹 브레이크
"세수 부족 심화…재정준칙 법제화 시급"
재정준칙 법제화가 30개월 이상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4월 임시국회에서도 통과하지 못하고 장기 표류 중이다. 지난해 9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8개월째다.
경기 둔화와 자산거래 위축으로 연초부터 '세수 펑크' 가능성이 나오는 가운데, 정치권의 총선용 재정지출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재정준칙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관계부처와 국회에 따르면 오는 27일 예정된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는 비쟁점 법안만 통과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재정준칙의 빠른 국회 처리를 강조했으나 야당은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사회적 경제기본법과의 연계 처리를 주장하며 통과를 미루고 있다.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을 3% 이내로 유지하는 내용으로, 국가채무비율이 GDP의 60%를 초과하면 적자폭을 2% 이내로 유지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런 가운데 올해 세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 1~2월 누계 국세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조7000억원 감소한 54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세수 부족 우려가 증폭됐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금 400조5000억원이 걷힐 것으로 추산했지만, 당장 3월부터 연말까지 지난해 수준으로 세금이 걷혀도 20조원 안팎의 세수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징수 실적인 세수 진도율도 13.5%로 2006년 이후 17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오는 28일에는 3월 국세수입이 발표되는데, 전년보다 감소폭이 얼마나 늘어날지 주목된다. 지난해 대기업의 영업실적이 좋지 않은 탓에 법인세 전망은 어두울 전망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올해 세수 상황이 타이트하다"며 세수 부족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인한 바 있다. 다만 기재부는 2분기 이후 경기가 반등하면서 세수 부족분을 만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빈 나랏곳간을 채울 차선의 수단도 뚜렷이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정부는 민생의 부담을 고려해 현행 유류세 인하를 폭 조정 없이 그대로 연장했다. 대외적으로는 중국이 내수를 중심으로 경제를 회복하면서 우리 경제에 리오프닝(경기 재개) 효과가 지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상저하고'로 전망했던 경기도 '상저하중' 혹은 '상저하저'로 예상하는 관측도 나온다.
게다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여야의 재정 지출의 압박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지난 17일 대규모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의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요건을 완화하는 법안을 합의 추진하다 포퓰리즘 비판을 받자 잠정 연기한 바 있다.
재정준칙의 조속한 처리를 강조한 대통령실이 브레이크를 걸면서 예타 완화법의 국회 통과는 보류됐지만, 여야가 앞서 합의한 만큼 총선 전에 법안이 통과될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5월 임시 국회에서 재정준칙이 극적으로 합의될 가능성도 있다. 국회 기재위 위원 중 일부는 지난 18일 재정준칙 관련 시찰을 목적으로 7박9일 유럽으로 떠났다가 오는 27일 돌아온다. 선진국의 재정준칙 도입 현황을 보기 위한 명분으로 해외 시찰까지 나섰기 때문에 야당의 반대 명분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재정준칙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튀르키예뿐이다.
기재부는 재정준칙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축조 심사를 이달 올리려 했는데 연기됐다. 정부로서는 역할을 다했다"며 "여야가 큰 틀에서는 합의를 이룬 걸로 생각돼 계기가 마련되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5월 임시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겠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도 세수 부족 심화에 대응한 재정준칙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선임연구위원은 "세수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지출을 확대하면 늘어난 국가부채를 미래세대가 고스란히 갚아야 한다. 선거와 맞물려 선심성 정책으로 되돌아가는 건 아닌지 반성이 필요하다"며 "재정준칙 법제화는 빠를수록 좋다. 국가재정을 절약하면서 효율적으로 써보자고 하는 사회적 약속인데, 이를 거부하는 건 어떤 이유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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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